‘이른둥이’ 나눔과 나눔을 잇다_신유민 이른둥이의 기부 이야기

'이른둥이' 나눔과 나눔을 잇다

신유민 이른둥이의 기부 이야기

이른둥이로 태어나 이제는 또 다른 이른둥이에게 나눔을 전하는 신유민 가족

이른둥이로 태어나 이제는 또 다른 이른둥이에게 나눔을 전하는 신유민 가족

 

“나눔이란 부유해야 지속적으로 실천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그게 형편보다는 마음이 더 중요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나눔에 대한 소망이 간절하면 부족하더라도 작게나마 나누게 되더라고요.”

진심이 묻어나는 전희정 씨(40)의 나눔 고백. 그녀는 지금 둘째 아들, 유민이(9)의 이름으로 이른둥이를 위해 기부 중이다. 그도 그럴 것이 유민이 역시 이른둥이였던 탓에 그녀는 이른둥이를 도저히 모른 체할 수가 없다.

사실 유민이는 사례가 좋지 않은 10퍼센트의 이른둥이로 분류됐다. 그녀는 유민이와 함께 무수한 고비들을 거쳐야만 했다. 그리고 유민이가 서서히 건강을 찾아갈 무렵이었던 듯하다. 불현듯 그녀의 마음속에 또 다른 이른둥이들이 멍울져 떠올랐다. 아무렴, 미리 아파 봐서 아는 이른둥이 가족의 삶도 오버랩 돼 눈물이 차올랐다.

 

이른둥이를 겪는 아픔이 공감을 넘어 나눔으로

임신 30주 만에 894그램의 초극소저체중아로 출생한 유민이. 폐의 이상 형성 등 생소한 진단명을 여럿 달고 태어난 유민이는 산소호흡기와 주사 바늘에 의지한 채 곧장 인큐베이터에 들어갔다. 당시 전희정 씨는 그런 유민이를 살펴보는 자체가 고통이었다. 그간 한 몸이었던 엄마라서 더 그랬다. 또 신원석 씨(40)는 아빠로서 어마어마한 병원비를 감당하기 위해 삶의 계획을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첫째 지민이(12)는 로봇처럼 의료기기를 의지하는 동생을 아끼느라 일찍 철들어버렸다.

그렇게 가족들은 유민이를 중심으로 모두 달라질 수밖에 없었다.

“왜 이런 경우가 닥쳤는지 황당했어요. 왜 유민이는 이런 과정을 거쳐 제 품에 안겼는지도 의아했어요. 그런데 시간이 흘러 상황이 좀 나아진 후에 문득 제 시선이 많이 변화했다는 것을 깨달았죠. 아픔을 겪은 사람이 아픔을 겪는 사람을 이해하듯이 이른둥이의 아픔이 남의 일이 아닌 제 일처럼 느껴진 거죠.”

전희정 씨가 이른둥이인 유민이를 양육했던 시간, 그것은 이른둥이를 향한 공감을 넘어 이른둥이를 위한 '나눔'으로 승화했다. 원래 부부는 기부에 관심이 있었지만 나눔을 결정하기까지 심사숙고해야 했다. 왜냐하면 아직은 유민이가 폐의 기능을 검진 받는 중인 데다 가정도 경제적인 회복이 되지 않았기에 여유가 부족했다. 하지만 시작이 반이라고 일단 출발이 중요한 것 같았다. 그래서 부부는 협의 끝에 아름다운재단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통해 이른둥이들에게 기부하기로 확정했다.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 재무설계사이기도 한 지인을 통해 알게 됐거든요. 저희랑 유민이가 정말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너무 감사하더라고요. 그런데 그 감사를 또 다른 이른둥이를 위해 꼭 나눠야 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작은 액수지만 작은 나눔이 모여 기적을 이룬다고 믿고 유민이의 이름으로 기부를 결심했습니다. 그러고 나서 유민이의 기부 증서를 곧 전달받았는데요. 이상하게 가슴이 벅차오더라고요.”

유민이의 이름으로 시작한 생애 첫 기부, 기부증서를 보는 것만으로도 엄마 전희정씨의 가슴은 벅찼다고 합니다.

유민이의 이름으로 시작한 생애 첫 기부, 기부증서를 보는 것만으로도 엄마 전희정씨의 가슴은 벅찼다고 합니다.

이른둥이를 통한 나눔을 돌려주고, 늘려가고, 또 물려주고

이제는 엄마의 눈물도 닦아줄 정도로 마음 따뜻한 아이로 자란 유민이

이제는 엄마의 눈물도 닦아줄 정도로 마음 따뜻한 아이로 자란 유민이

돌이키면 유민이가 제법 건강해지기까지 수많은 손길들이 유민이와 그 가족을 어루만졌다. 전희정 씨에게는 경제적인 측면의 도움도 감사했지만, 심리적인 측면을 토닥이는 지인들도 특히 감동으로 다가왔다. 누군가는 이 시간을 추억할 수 있는 날이 도래하길 기도하겠다고 두 손을 모았고, 또 누군가는 이른둥이는 천재일 수 있다고 단 한 번도 부정적인 얘기 없이 그녀의 속울음을 달래줬다. 이런저런 그들의 진심 어린 위로와 격려에 그녀는 용기를 내서 그 처절했던 상황 속을 관통할 수 있었다.

“저도 그렇고요, 엄마들은 열 달 동안 태아를 품고 있다 보니 자녀가 이른둥이로 태어나면 자신의 탓이라고 죄책감을 느끼는 것 같아요. 게다가 이른둥이라서 발달이 느리거나 장애마저 생긴다면 세상의 시선까지 견뎌야 하는 거잖아요. 그때는 주위에서 엄마들을 잘 다독여줬으면 좋겠어요. 엄마들도 마음을 잘 다스리면 좋겠고요. 또 시간이 해결해줄 수 있는 부분은 이른둥이를 믿고 잘 넘겼으면 좋겠어요. 실제로 저도 제가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더라고요. 그냥 살기 위해 몸부림쳤던 유민이의 생명력에 감사할 뿐이에요.”

전희정 씨는 자신이 속상했던 만큼 이른둥이 엄마들의 속앓이를 포근하게 헤아렸다. 그것은 그녀의 내면에 이른둥이를 위한 나눔이 확고하게 뿌리를 내렸기 때문일 터. 아닌 게 아니라 그녀는 ‘다솜이희망산타’ 행사도 눈여겨보면서 이른둥이를 향한 다양한 나눔에 동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한 그녀는 악기를 다룰 수 있었고, 신원석 씨는 그래픽 디자이너였기에 이러한 재능 역시 기부할 수 있길 소망했다.

“앞으로는 지민이의 이름으로도 기부를 할 예정이에요. 이른둥이였던 동생을 끔찍히 아끼는 걸 보면 이른둥이면 더 좋고, 아니면 또 다른 복지를 위해 기부하는 것도 의미가 남다를 것 같아요. 그리고 유민이가 조금 더 자라면 가족 단위로 나눔을 같이 할까 해요. 무엇보다 지민이와 유민이가 마음이 따뜻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고 있거든요.”

부부는 두 아들이 이웃의 상처를 공감할 수 있길 기대했다. 그들의 나눔 정신을 오롯이 물려줄 수 있길 소원했다. 그동안 그들이 나눔을 통해 감당할 수 없이 많은 사랑을 받아왔던 까닭일 것이다. 그 사랑은 여전한 감동이었기에 전희정 씨는 이른둥이라는 한 마디면 아직도 조금은 눈물이 맺혀온다.

그토록 이른둥이를 통해 나눔의 정수를 깨달은 전희정 씨와 그 가정. 이른둥이를 향한 나눔을 돌려주고, 늘려가고, 또 물려주며 한결같이 이른둥이를 응원하는 그들이 존재하기에 이른둥이들은 더욱 힘을 낼 수 있으리라. 부디 한 시간만 더, 제발 하루만 더…… 이른둥이들은 반드시 회복까지 경주할 수 있을 것이다.

글. 노현덕 사진. 임다윤

 

신유민 이른둥이는 2007년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입원치료비를 지원받고, 지금은 다른 이른둥이에게 희망이 되고픈 마음을 담아 기부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2 Responses

  1. 안녕하세요. 유민이 아빠입니다. 인터뷰한 지가 엊그제 같은데 시간이 이렇게 흘렀군요. 이른둥이로 태어난 유민이는 올해 초등학교 4학년이 되었습니다. 원래 나이로는 5학년인데 학교를 1년 늦게 입학했어요. 태권도를 정말 좋아해서 이번에 시범단에도 들어가게 되었어요. 누구보다 열정과 에너지 넘치는 유민이입니다. 어려웠던 순간 작은 손길들을 통해 유민이가 이렇게 자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 ) 계속해서 이른둥이에 관심을 가지고 작은 후원 실천하겠습니다. 세상의 모든 이른둥이! 그리고 가족들 화이팅입니다!
    •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유민이 아버님, 안녕하세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입니다. 화창한 봄에 기쁜 소식으로 찾아와 주시니 너무 감사드립니다. 유민이가 건강하게 잘 성장하여 벌써 4학년이 되었다고하니 정말 기쁘네요 :) 유민이 가정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가 많은 이른둥이 가정에 전해져서 세상 모든 이른둥이와 그 가족들이 행복해 졌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항상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와 이른둥이 지원사업에 많은 관심 가져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올 한해도 가족분들 모두 건강하시고, 행복한 일들 가득하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