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쁨과 행복만 두 배입니다 _ 김선율 김권율 이른둥이 이야기

기쁨과 행복만 두 배입니다

김선율 김권율 이른둥이 이야기

 

 이른둥이 권율이와 선율이

 

 

 “기쁨도 두 배, 힘듦도 두 배죠?”

 

쌍둥이를 키우는 엄마들에게 흔히 건네는 위로와 덕담에, 차부길 씨는 고개를 갸웃한다. 기쁨이 두 배인 건 사실이다. 선율이 때문에 웃고, 권율이 때문에 또 웃으니 그건 분명하다. 하지만 힘든 건 모르겠다. 아니, ‘힘들다’ 생각할 겨를이 없다.

 

“온통 아이들에게 초점이 맞춰져 있어요. 기침만 해도 긴장되고, 우유를 남겨도 조바심 나고요. 아프면 어쩌나, 못 먹으면 어쩌나, 살피고 챙기느라 힘들다 생각할 틈이 없네요.”

 

그렇잖아도 오늘, 기침과 콧물 증상을 보이는 쌍둥이들을 데리고 병원에 다녀온 터였다. 엄마는 작은 징후 하나 놓치는 법이 없다. 여전히 세 시간 마다 우유와 이유식을 번갈아 먹이고, 식사일기를 꼬박꼬박 쓴다. 밥을 먹고 과자를 먹을 나이건만, 선율이와 권율이는 이유식에 조그만 건더기도 삼키질 못한다. 그럼에도 여느 세 살배기들 못지않게 키도 크고 제법 토실토실 살이 오른 건, 어떻게든 오늘의 식사량을 채우기 위해 분투하는 엄마 덕분이다.

 

 

식사일기를 꼬박꼬박 기록하며 먹을 것을 챙기는 엄마 덕분에 아이들은 여느 세 살배기들 못지않게 키도 크고 살도 올랐다

 

 

“보통, 이른둥이들이 작고 마른 편이잖아요. 병원에 이른둥이 동기들하고 비교해 봐도, 우리 선율이, 권율이는 큰 편이에요. 애기들이 잘 먹는가 보다고, 다른 엄마들이 부러워 할 정도죠. 잘 먹는 게 아니라 제가 어떻게든 먹여요. 아기들은 먹는 만큼 배가 늘어나고, 늘어난 배만큼 먹게 되거든요. 먹어야 크고, 커야 아프지 않을 거란 생각에 거의 사명감으로 떠먹이죠. 얼른 쑥쑥 자라 밥도, 간식도 잘 먹었으면 좋겠어요.”

 

 

선율이와 권율이는 25주 하루 만에, 1분 간격으로 세상에 나온 이른둥이 쌍둥이다. 간발의 차로 형이 된 선율이는 720g, 동생 권율이는 800g으로 태어났다. 두 아이 모두 신생아 호흡곤란증후군과 미숙아망막증으로 집중치료를 받았고, 선율이의 경우 뇌출혈3기 판정을 받았다.

 

고통의 시간도 결국은 지나간다

 

간발의 차로 형이 된 선율이는 25주 720g의 이른둥이로 태어났다

 

 

동생 권율이는 25주 800g의 이른둥이로 태어났다

 

 

결혼한 지 10년이 되도록 아이가 들어서지 않았다. 더 늦으면 안 될 거 같아 부부는 고민 끝에 인공수정을 시도했고, 곧바로 임신에 성공했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임신 2개월 차에 복수가 차서 만삭처럼 배가 불렀던 것. 과배란 주사의 부작용이었다. 급기야 23주 차에 자궁수축이 일어나고 양수가 샜다. 하루라도 더 아기들을 뱃속에 품고 있어야 했기에, 병원에 입원해 의사의 지시대로 꼼짝없이 누워만 있었다.

 

오랜 기다림 끝에 찾아온 아기들이라 세상 구경이 급했던 것일까. 엄마는 더 견디고 싶었지만, 입원한 지 2주 만에 결국 양수가 터지고 자궁문이 완전히 열렸다. 세균감염의 위험 등으로 더 이상 분만을 미룰 수 없다는 의료진의 판단에 부부는 동의했다. 이제, 아기들을 믿고 가는 수밖에 없었다.

 

출산 당시, 부길 씨는 희미하게나마 아기 울음소리를 들었다. 작고 가냘픈 울음소리였다. 아기들은 건강하니 걱정하지 말라고 남편이 말했다. 안심시키기 위한 소리임을 알았지만, 그렇게 믿고 싶었다. 하지만 다음날, 그녀가 목도한 현실은 상상 이상이었다. 인큐베이터 안에 아기들은 너무나 작았고, 엄마는 왈칵 겁이 났다.

 

“아기를 안을 수도 없는 초기엔 짧은 면회시간을 지키는 것 외엔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어요. 그 작은 몸으로 힘든 치료과정을 견뎌 내는 아기들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면, 잠을 자는 것도, 밥을 먹는 것도 미안했어요. 내가 무슨 짓을 한 건가 싶고, 답도 없는 자책에 빠져, 아마, 그때가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였던 거 같아요.”

 

고통의 시간이 더디게 흐른다고 하여 멈추는 것은 아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아기들은 순간 순간을 버티고 고비 고비를 넘기며 자라났다. 고맙고 대견했다. 아기들의 분투에 힘입어 엄마 아빠도 기운을 차렸다. 얼마나 귀하게 찾아온 생명인지, 얼마나 간절하게 기다렸던 만남인지, 첫 마음을 새기며 의지를 다졌다.

 

2개월 쯤 지나자 캥거루 케어도 할 수 있었다. 하루는 선율이를, 또 하루는 권율이를 한 시간씩 안았다. 신기하게도 인큐베이터 안에 있을 때와 엄마가 안고 있을 때, 모니터 상에 표시되는 산소포화도가 달랐다. 엄마의 심장박동과 체온에 기댄 아기들은 빠른 속도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 한꺼번에 두 아이를 품에 안을 수 없다는 게 아쉬웠지만, 매일매일 아이를 안을 수 있다는 기쁨에, 그 시간만 기다렸다. 아기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생기자 엄마도 생기를 찾았다.

 

퇴원은 선율이가 빨랐다. 4개월 만에 선율이를 안고 집에 가며, 부길 씨는 병원에 홀로 남은 권율이 때문에 웃지도 못했다. 집에 있는 선율이와 병원에 있는 권율이를 동시에 챙긴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한 아이를 품으면 다른 한 아이를 품지 못하는 난처한 상황. 고민 끝에 권율이의 퇴원을 결정했다. 처음엔 걱정 때문에 잠도 못 잤다. 산소호흡기며 장비들을 다 챙겨와 병원에서처럼 지냈지만, 행여나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까 싶어 뜬눈으로 아이를 지켰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크리스마스 선물

 

온 세상이 사랑과 축복의 메시지로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이브 선율이와 권율이는 엄마, 아빠 곁에 찾아왔다

 

 

권율이는 퇴원 후 몇 차례 고비를 겪었다. 산소포화도가 떨어져서 인근에 종합병원을 찾았다가 갑자기 숨을 못 쉬는 응급상황으로 발전해 삼성병원으로 이송한 적도 있다. 열흘 정도 재입원치료 후 퇴원하고 나선 별 문제가 없었지만, 엄마는 쌍둥이의 숨소리를 주시하며 한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서기며 걷기며, 발달은 권율이가 선율이보다 조금 더뎠지만 큰 걱정은 없다. 두 아이 모두 마이너스 시력 때문에 안경을 쓰고 주기적인 안과 진료를 받고 있지만, 그 역시 아주 큰 문제는 아니다. 다만, 선율이가 뇌출혈 3기 판정을 받았던 터라 그 예후가 걱정될 뿐. 병원에선 뇌출혈 3기의 예후로 뇌성마비의 가능성도 이야기했지만, 아직은 판단 할 수 없어 추적관찰이 필요하다고 한다. 겉보기엔 별 무리가 없어 보이지만, 엄마는 선율이가 권율이와 조금 다르다는 게 느껴진다. 손으로 무언가 움켜잡는 동작이 어색하고, 다른 움직임에도 뻣뻣함이 보인다. 앞으로 언어, 인지, 운동 발달 검사를 해봐야 알 수 있는 일이니 미리부터 걱정하지 말자 생각하지만, 순간 순간 불안하다.

 

시기를 맞춰 재활치료를 받고 싶지만 천안과 서울을 오가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푸른 논밭이 바라다 보이는 천안의 아파트는 시내와 다소 떨어져 있어 병원에 가는 게 일이다. 남편이 도와준다 해도 혼자서 두 아이를 감당하긴 어려웠다. 서울을 떠나 천안으로 온 이유도 그 때문. 친정어머니의 도움을 받고자 친정 아래층으로 이사를 왔다. 병원 문제가 아쉽긴 하지만, 선율이와 권율이의 엄마 역시 곁에만 있어도 든든한 ‘엄마’가 필요했다.

 

 

형 선율이

 

동생 권율이

 

 

임신부터 출산, 육아에 이르기까지 쉬운 게 하나도 없었지만, 부길 씨는 요즘 ‘감사하다’는 생각, ‘다행이다’는 생각을 더 많이 한다. 그렇게 작고 힘들게 태어나서도 꿋꿋이 자라 준 선율이, 권율이가 고맙고, 폭풍 같던 시간을 함께 헤쳐 온 남편과 기탄없이 그들 부부를 도와준 주변 모든 사람들이 고맙다. 컸다고 제법 재롱을 부리는 아이들 덕분에 웃는 날도 많아졌다. 쌍둥이 아들과 함께 한 3년. 그 이전까지의 전 생애를 통틀어 흘린 눈물보다 더 많은 눈물을 쏟았지만, 이토록 순도 높고 농밀한 행복도 처음이다.

 

올 겨울, 선율이와 권율이는 두 돌을 맞는다. 쌍둥이의 생일은 조금 특별하다. 온 세상이 사랑과 축복의 메시지로 반짝이는 12월 24일에 태어났다. 엄마 아빠에게 크리스마스 선물로 안기고자 마음이 급했던 선율이, 권율이와 함께, 부길 씨는 모처럼 행복한 크리스마스 이브를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글. 고우정 | 사진. 이현경

 

 

김선율 김권율 이른둥이는 2013년 4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사업을 통해 입원치료비를 지원받았습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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