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에 엔진을 달아 준 커피 _LG나눔커피기금, 5인방을 만나다

'기부'에 엔진을 달아 준 커피

이른둥이를 지원하는 LG나눔커피기금, 5인방을 만나다

 

LG전자 MC연구소 김주협, 김수연, 이상규, 김용수, 이현명 님

LG전자 MC연구소 김주협, 김수연, 이상규, 김용수, 이현명 님

 

커피가 맺어준 인연

오래 전, 예멘의 양떼를 흥분케 했던 조그마한 나무열매가 있었다. 낯설고 신기한 열매는 사람들에게로 흘러들었고 이내 모두를 중독 시켰다. 졸음을 쫓고 영혼을 맑게 하며 신비로운 영감을 샘솟게 하는 이 성스런 존재는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favorite)’이 되었는데 그게 바로 커피이다. 인간사 최고의 기호식품으로 자리매김하면서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외로울 때나 인간 곁을 지켜냈으며, 숱한 예술가의 이성과 영혼을 이어 낸 매혹의 열매. 그 놀라운 매개체가 수세기를 넘어 2013년 4월, LG전자 MC연구소 직원들과 이른둥이를 잇는 다리로 거듭났다.

“2012년 봄, 사내에 커피머신을 놓겠다며 렌탈을 결정할 때도 상상 못한 일입니다. 지인이 커피 유통을 시작해서 도와줄 겸 직원들과 함께 먹으려고 시작했으니까요. 돈 벌려는 의도가 아니었는데 하다 보니 돈이 생기더라고요. 한 잔이 두 잔을 부르고 두 잔이 열 잔, 백 잔을 부르니까 수익금이 쌓이잖아요. 어디에 쓸까 고민하던 차에 기부가 떠올랐어요.”

 

LG나눔카페LG나눔카페

김용수 선임에게 ‘기부’는 늘 ‘언젠가’와 짝패였다. 현재에 뿌리 내리지 못한 추상적인 단어라서, 번번이 위시리스트를 장식해도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다. 그의 ‘기부’에 엔진을 달아준 건 커피였다. 동료와 나누려던 한 잔의 커피가 실천하기 어려웠던 나눔을 가능케 했다. 

나눔커피를 제안한 김용수 선임

나눔커피를 제안한 김용수 선임

매혹적인 열매가 일깨운 ‘더불어 사는 일’은 반가웠으나 생경했다. 잘 모르기도 하거니와 무난하고 안전한 기부처를 희망했기에 처음엔 널리 알려진 ‘국제구호개발 NGO 단체’를 선택했다. 한데 생각처럼 만족스럽지 않았다. 더 다양한 대상에게 관심을 기울이며 좀 더 적극적인 방식으로 기부하는 단체가 필요했던 것. 아름다운재단과 인연을 맺은 건 그 때문이었다. 

“대개 돈만 내면 끝인데 아름다운재단은 달랐어요. 기금을 선택하고 결정하는 등 절차가 좀 어려웠죠. 그게 싫진 않더라고요. 외려 이 수고스러운 방식, 좀 더 참여적인 기부가 우리의 구심점이 될 것 같았죠. 

마침 결혼 2주년 되던 날이고 아기 돌도 얼마 남지 않아서 커피 수익금에 얹혀 기금을 만들까도 싶었는데 이미 다른 곳에 기부한 상태라 돈이 별로 없었어요. 그래서 기존의 기금 중 하나를 선택했고 그렇게 이른둥이와 만났죠. 

왜 그들이었냐고요? 단 한 가지 이유! 한 번도 선택의 기회를 얻지 못한 아이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었습니다.”

 

기부를 위한 선의의 경쟁

 

2013년 4월에 이른둥이와 인연을 맺었으니 벌써 1년이 다 되어간다. 사이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에 동참하게 된 ‘LG나눔커피’ 머신은 여섯 대로 늘었다. 투자액을 제외한 수익금을 개인 명의로 기부하는 방식이라 다섯 명의 참여자들의 경쟁도 뜨거운 편이다. 

이현명 연구원

이현명 연구원

 

“저와 김수연 연구원은 김용수 선임님이 관리하시던 커피머신을 올 1월부터 이어 받았는데 꽤 잘 나갑니다(웃음). 한 잔에 500원씩 판매하는데 겨울엔 하루에 300~400잔씩 팔리니까 15만 원여 수익이 생겨요. 생각보다 많죠? 여름엔 작은 제빙기를 사서 아이스커피를 제공하기도 하고 함께 먹을 수 있는 우유와 시리얼도 저렴한 가격에 비치해 뒀어요.” 

직접 관리한 지 4개월여밖에 안 되지만 이현명 연구원은 LG나눔커피를 통해 다른 일상을 가지게 됐다. 타인을 위한 작은 행동이 쳇바퀴 돌 듯 일에만 파묻혔던 회사 생활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동료와의 관계가 돈독해졌을 뿐더러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다. 

김수연 연구원은 예전에는 지각만 안 하면 된다는 마음으로 헐레벌떡 출근했는데 요즘엔 일찌감치 나와 커피머신을 둘러보며 여유를 가지게 됐다고 덧붙인다. 맨 마지막에 합류한 김주협 주임은 사느라 바빠서 챙기지 못했던 나눔 활동을 동료들과 함께할 수 있어 누구보다 기쁘다.

김수연 연구원

김수연 연구원

“초기 자본을 확보해야 기부할 수 있는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참여하지 못했어요. 엊그저께 흑자로 돌아섰으니 이제 됐어요. 

요즘 간간이 어떻게 하면 커피를 더 팔 수 있을까 궁리하는데 즐겁습니다(웃음). 김 선임님처럼 기부 내용도 출력해서 걸어놓고 이른둥이 관련 포스터도 붙여서 홍보할 예정이에요.”

자율, 방임, 책임

김용수 선임은 구성원 스스로 자신의 즐거움을 선택하는 ‘자율’, 그러한 서로를 조바심 없이 내버려두는 ‘방임’, 자율과 방임으로 발생하는 결과를 기꺼이 수용하는 ‘책임’. 이 세 단어가 삼발이처럼 받들고 있는 곳이 ‘LG나눔카페’라고 이야기한다. 

이상규 주임

이상규 주임

“처음엔 커피 값 지불 방식을 어떻게 할지 고민했어요. 동전을 넣는 방식이 좋은가? 고장이 나면 어쩌지? 그러면 일일이 바꿔줘야 하나? 얼마나 귀찮을까. 그러다 돈 안 낼 지도 모를 몇몇을 잡기 위해서 대다수의 선량한 사람을 기분 나쁘게 하거나 불편하게 만들지 말자 결론을 내렸죠. 

기부 의도를 이해해 주고 따라주는 이들을 위해 자율적으로 운영하자 결정했죠.” 

‘LG나눔커피’ 사용자가 모두 기부자이기에 그들의 의견 또한 적극적으로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두 대의 커피머신을 관리하는 이상규 주임은 간혹 사용자들에게서 메일을 받는다. 

잔돈이 모라자서 그냥 안 먹는 경우가 생기는데 장부를 활용한 후불방식은 어떻겠느냐, 외국인 직원을 위한 영어 설명서를 비치해두면 좋겠다, 더 많은 기부를 위해 적극적으로 홍보할 생각은 없느냐, 나눔을 위한 소모임을 만들어보자 등이 그 내용이다. 미처 생각하지 못한 의견은 ‘LG나눔커피’ 운영자들을 고무시킨다. 

“우연찮게 시작해서 작년에 약 1천만 원 정도 기부했어요. 올해는 1,500~2,000만 원 예상하는데 열심히 운영해 봐야죠. 이 일이 즐거운 건 너나없이 나눔에 동참하기 때문이에요. 팀장님의 제안으로 개인적으로 기부하는 사람들을 조사해서 각자의 사연을 발표하기도 했어요. 

커피를 매개로 동료들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살아가는지 알게 돼서, 누군가에게 ‘기회를 줄 기회’를 얻게 돼서 기쁩니다.”

 

김주엽 연구원

김주엽 연구원

물리적 환경의 변화가 인식을 확장시켰고 그로 인해 나눔을 알게 됐다는 ‘LG나눔커피’ 사람들. 있는 것을 나누는 데서 그치지 않고 더 많은 것을 나누려고 이것저것 궁리하는 그들은 진정한 시민모금가이다. 

졸음을 쫓고 영혼을 맑게 하며 신비로운 영감을 샘솟게 하는 신비한 열매, 커피가 이어준 LG전자 MC연구소 기부자들과 이른둥이의 인연이 어떻게 진화할지 자못 궁금하다.

* 김용수 기부자는 사내 동료들에게 맛있는 커피를 선물하고 싶어 개인적으로 커피머신을 구입하여 직원들로부터 소정의 기부금을 받고 커피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모인 기부금으로 2013년 4월에 'LG나눔커피기금'을 조성하여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지원사업에 기부하고 있습니다. 현재 김용수 기부자의 뜻에 공감한 LG전자 MC연구소 김수연, 김주협, 이상규, 이현명 님이 동참하고 있습니다. 

 

 

 

글. 우승연 ㅣ 사진. 정김신호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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