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36.5℃ [신미경 기부회원 인터뷰]

<아름다운재단 신미경 기부회원 이야기>

 그녀, 36.5℃

  

신미경씨의 소중한 둘째 지아. 지아는 35주만에 태어난 이른둥이다. ⓒ 신미경 기부자

“수아는 맏이라서 제법 성숙한데, 동생인 지아는 왈가닥이에요. 웬만한 남자 아이들 저리 가라라니까요.”

 

눈 안에 둬도 안 아플 일곱 살배기, 세 살배기 두 딸의 엄마인 신미경 씨. 저 말투대로라면 둘째인 지아를 나무라는 것 같지만 그녀의 목소리 이면에는 지아를 바라보는 각별한 사랑이 진득하다. 

 

사실 지아는 임신한 지 35주째에 삶의 자리로 불쑥 고개를 내민 이른둥이였다. 병원에서는 아기에 대해 기대하지 말라고도 진단했었다. 그러나 우려와 달리 지아는 무사히 탄생해 잔병치레 없이 건강하게 자라났다. 아무렴 미경 씨는 그해 하루하루 졸였던 엄마의 마음에 보답하듯 매일매일 활기찬 지아가 무척이나 대견하다.

 

그 시절을 관통하기까지의 동감

 

배 속의 지아가 23주로 접어들 즈음 몸에 이상을 느껴 서둘러 병원을 찾았다. 위험하게도 자궁이 열렸다는 의사의 진찰에 따라 곧바로 입원해야만 됐다. 열 달이 되기까지 겨우 절반 남짓한 시간이었다. 지아는 아직은 자신과 한 몸이어야 했다. 지금은 아니라고, 세상이 이르다고, 그녀는 매순간 지아를 태중에 붙들고자 본능적인 모성애로 온힘을 쏟아냈다.

 

“하지만 쉽지는 않더라고요. 긴 시간 동안 병원에 있으니 심리적으로도 불안해지고. 여자로서의 삶하며 주변의 환자들을 통해 이것저것 생각이 많았어요. 당연히 엄마니까 아기만 건강하다면 더 바랄 건 없었죠.”

 

입원하고 100일여 후. 다행스럽게도 지아는 엄마의 간절한 바람을 외면하지 않은 채 건강하게 출생했다. 35주째로 다소 빠르긴 했지만 그간 잘 버텨 줘서 고마웠다. 다만 같은 날, 이제껏 병원에서 격려를 나누던 한 이른둥이 엄마가 아기를 잃고 말았다. 힘겨웠던 시절을 동행했기에 그 저릿한 아픔을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지아의 이른둥이 육아에 집중하면서도 아이가 안정세에 드는 듯하자 즉각 본격적인 나눔을 실천했는지도 모른다.

 

“입원 초기에 조산과 관련해서 공부하려고 인터넷을 검색하던 중에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알게 됐어요. 나눔도 그렇지만 지금도 여러 가지 사례를 찾아보고, 봉사활동이나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을 틈틈이 알아보고 있어요.”

 

 신미경 기부자가 나눌 수 있도록 하는데 가장 큰 원동력은 훌륭하신 부모님, 그리고 지아였다. ⓒ 신미경 기부자

 

감당할 수 없이 내리받은 사랑

 

솔직한 심정으로 미경 씨는 나눔에 대한 자신의 이야기가 알려지지 않기를 원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눔이란 드러낼 성질의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이 생각은 지금도 확고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화상이지만 인터뷰에 응했던 이유는 병상에서 내리받았던 지인들의 사랑을 홀로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오직 그 사랑의 힘만큼은 이른둥이 엄마들한테 전달하고 싶었다.

 

“저보다 악조건에서 23주째에 아기를 낳은 언니가 있거든요. 그 언니도 참 힘들었는데, 병원에 아기를 데리고 찾아와서 저한테 힘내라고 응원해 줬었죠. 또 입원해 있는 100일 동안 하루도 안 빠지고 새벽마다 방문해서 기도해 주신 직장 상사분도 진짜 감사했어요. 힘을 다해 진료해 주신 김 교수님도 잊을 수가 없네요.”

 

늘 되새겨도 아슴아슴 벅차오르는 사랑이었다. 이른둥이 엄마들도 이처럼 사랑을 주고받으며 오롯이 서리라. 그녀는 잇대어 부모님을 향한 감사도 놓치지 않았다. 돌이키면 부모님은 넉넉하지 않은 살림 속에서도 성실과 책임, 그리고 인내와 나눔을 물려줬다. 분명히 인격적인 측면의 탁월한 그 능력 또한 지아를 튼튼하게 낳는 데 끈질기게 한몫했을 테다. 더불어 그것은 첫째인 수아한테도 유전된 듯하다.

 

“이른둥이 출산이 아니라도 평소에 나눔은 생각하고 있었어요. 부모님께 배운 게 나누는 거라 나눔에 대한 특별한 의도는 없어요. 그냥 제 몸에 자연스레 배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일곱 살이긴 해도 수아도 주는 걸 좋아하는 성향이 있더라고요. 제가 큰딸한테도 많이 배워요.”

 

가족이 있기에 신미경 기부자는 다른 이웃을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 신미경 기부자

 

시린 마음을 감싸 주는 그 가족

 

최근에 미경 씨는 결혼 7주년을 맞아 일시 나눔에 동참했다. 언제든지 그녀의 편인 든든한 남편과의 상의 하에 기꺼이 내린 결정이었다. 부창부수라고 남편 또한 주변을 배려하는 성향이 짙은 편이다. 그토록 함께여서 더 아름다운 부부. 다름 아닌 ‘김봉구 & 신미경’의 결혼기념일 일시 나눔은 이번 1회에만 그치지 않고 매년 계속될 예정이다.

 

“결혼기념일마다 나눔을 할 계획이에요. 남편도 동의를 했고, 좋아해요. 가족 여행도 좋지만 조금씩 아끼면 될 것 같아요. 혹시 나중에 상황이 바뀌어서 지금처럼 직장 생활을 안 한다 해도 생활비 절약해서 하려고요.”

 

부모님께 나눔을 배웠다더니 이른둥이 출산 경험을 거쳐 정기적으로는 물론 결혼기념일까지. 어느새 그녀는 호흡처럼 나눔을 생활화하고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그녀는 두 딸 역시 넉넉한 나눔의 사람으로 성장하길 소망했다. 지금껏 믿음대로 잘 커 주었듯이. 이쯤에서 이른둥이 시절 지아와의 교감이 떠올랐는지 그녀는 이른둥이 엄마에게 응원을 빠뜨리지 않았다.

 

“아기를 믿고 있으면 잘될 거예요. 나쁜 생각 안 하고 꼭 생각한 대로 이루어질 거라는 믿음을 가지면 잘될 거예요. 아기를 믿어 봐요.”

 

경이로운 아기의 생명력을 믿으라는 한마디. 진심이 듬뿍 담긴 따뜻한 말속에는 이른둥이 엄마를 헤아리는 절절함이 녹아들어 있었다. 무엇보다 그 시절을 관통한 그녀였기에 파문이 이는 메시지였다.

 

누구든지 살다 보면 마음속에 시린 계절을 맞이하기 마련이다. 이른둥이 부모는 더욱 그러하다. 그때마다 제 체온을 따사로이 나눠 줄 수 있는 이가 절실한데, 바로 그녀 같은 존재였다. 더군다나 곁의 남편도 빠지지 않을 것이고, 머지않아 그들을 닮은 딸들도 선한 영향을 미칠 거라면 그야말로 그 가족의 따스함, 그것으로 겨울 같은 마음을 살아가는 이들은 이제 하나둘 생기를 띨 것이다.

 

ⓒ 신미경 기부자

 

신미경 기부회원님은 아름다운재단의 결혼기념나눔에 함께 하셨었고, 현재는 이른둥이를 돕기 위해 나눔에 꾸준히 참여해 주고 계십니다.

 


아름다운재단은 교보생명과 함께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기금을 토대로 '2.5kg 미만 또는 37주 미만으로 태어난 이른둥이 입원치료비 및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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