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입원 치료를 퇴원 후에도 지원해주는 건 ‘다솜이’밖에 없었어요 – 전지현 이른둥이 이야기

강원도 홍천의 한 아파트, 문 앞에 “아기가 자고 있어요. 똑똑똑 노크해주세요^^”라는 손글씨가 보인다. 집 안에 들어서자 채현아 씨가 반갑게 맞아준다. 이제 갓 10개월 된 쌍둥이 지현이, 서현이는 막 잠에서 깨어나 낯선 사람들을 신기한 듯 쳐다본다. 아이들의 발에는 심장 모니터와 연결된 선이 붙어있다. 벽에는 하루 다섯 번, 지현이가 약 먹는 시간과 약 이름이 빼곡히 적힌 메모지가 보인다. 채현아 씨는 매일 약과 함께 아기들이 먹는 모든 것, 그리고 대소변량을 기록한다.

그녀와 같은 이른둥이의 부모는 퇴원 후에도 할 일이 많다. 게다가 쌍둥이이니 할 일이 두 배다. 그럼에도 그녀는 “하나도 힘들지 않아요.”라며 웃는다. 병원에서 퇴원해 집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하루하루가 행복하다. 사실 지현이, 서현이 모두 집보다 병원에 있던 시간이 길다.

전지현 이른둥이의 작은 발에 산소포화도 측정기가 달려있다.

이른둥이를 키우는 마음

지현이, 서현이는 28주 만에 태어난 이른둥이다. 둘 다 1kg 내외의 작은 몸으로 세상에 왔다.

“아이 낳은 날, 저는 일하고 있었어요. 그때가 28주였으니까, 하던 아동복 가게를 아직 넘겨주기 전이었거든요. 처음에는 복통인지 몰랐어요. 일상적인 배 뭉침인 줄 알았죠. 그런데 삼 일째 되니까 너무 아프더라고요. 병원에 가서도 낳지 않으려고 하루를 버텼어요. 애들을 더 오래 품어주고 싶었는데 병원에서 산모가 위험하다고 해서 급하게 수술을 했어요.”

수술에서 깨어난 그녀가 처음 한 말은 “애들 머리(카락) 있어?”였다. 자신이 그 말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 할 정도로 아팠지만, 그녀는 가장 먼저 아이들의 안부부터 물었다. 남편은 웬일인지 삼 일이나 아이들을 보러 가지 못하게 했다. 결국 그녀가 아픈 몸을 이끌고 신생아실로 갔다. 가장 아팠던 서현이가 맨 앞에 있었고, 그 반대쪽에 지현이가 보였다.

“임신했을 때 세 쌍둥인 걸 알고 있었어요. 사실 한 아이는 태아수종이라 낳기 전부터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막상 겪으니까 부모 마음이 그게 아니더라고요. 자식 잃은 부모 마음은 그 부모만 알아요. 너무 슬프고 힘들었지만 서현이, 지현이가 살려고 힘을 내고 있으니까 저도 힘을 냈어요.”

그녀는 인큐베이터 안에서 버텨주는 아이들을 위해 힘을 냈다. 면회 갈 때면 기계에 적힌 영어 단어를 외웠다. 집에 돌아오면 그 단어들을 찾아보고 공부하기 위해서다. 모니터에 나오는 수치가 무슨 의미인지, 아이들 상태가 어떤지 직접 알고 싶었다.

“제가 그런 걸 외우게 될 줄 몰랐어요. 의사 선생님들이 맨날 체크하시는데 그게 뭔지, 아이들은 괜찮은 건지 모르니까 답답하더라고요. 맨날 찾아보고 공부했어요. 지금도 엄마들 카페가 있거든요. 엄마들끼리 거기서 정보도 공유하고, 같이 공부해요.”

전지현 이른둥이 옆에 산소포화도 측정기계가 놓여있다.

재입원 치료를 퇴원 후에도 지원하는 곳은 다솜이뿐이었어요.”

생후 2개월에는 서현이가 치료를 위해 병원을 옮겨야 했다. 오전에는 원주에 있는 지현이를, 오후에는 분당에 있는 서현이를 챙기는 고된 일정이었다. 병원이 나뉘니 경제적인 부담도 배가 됐다.

“분유나 기저귀, 소독기를 다 나눠서 가져가야 하니까 돈이 더 들더라고요. 수술비도 많이 들고, 경제적으로 힘들었어요. 생후 6개월 후에는 정부 지원도 없고 재입원을 지원해주는 곳도 없으니까 정말 막막했어요. 이른둥이 부모들은 다 같은 마음일 거예요.”

이른둥이의 치료비를 지원해주는 정부의 ‘미숙아 및 선천성이상아 의료비 지원사업’은 생후 6개월까지만 그 대상이다. 그마저도 신생아집중치료실을 한 번 퇴원하면 받을 수 없다. 재입원이 잦은 이른둥이의 상황을 생각하면 아쉬운 지원이 아닐 수 없다. 지현이의 경우 재입원만 네 번을 했다. 수소문 끝에 그녀는 보건복지부를 통해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알게 됐다.

“살았다! 남편이랑 ‘정말 살았다’ 했어요. 재입원 치료를 퇴원 후에도 지원해주는 건 ‘다솜이’ 밖에 없었거든요. 남편이 ‘그게 정말이야?’라고 계속 물어보더라고요. 이른둥이들은 병원을 자주 옮기잖아요. 또, 옮길 병원에 자리가 없으면 자리 나는 대로 바로 퇴원해야 하고요. 그렇게 급작스러운 일이 많으니까 퇴원 후에도 신청할 수 있다는 게 정말 다행이었죠.”

입원 기간 뒷바라지만으로도 바쁜 부모에게는 신청 서류를 준비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뒤늦게 알게 돼 아예 신청을 못 하는 경우도 많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사업은 그런 사각지대의 이른둥이를 지원하기 위해 올해부터 신청 기간을 퇴원 후 1개월로 바꿨다. 덕분에 지현이는 ‘다솜이’와 인연을 맺었고, 무사히 ‘동맥관 개존증(태아기에 대동맥과 폐동맥 연결 혈관인 동맥관이 출생 직후에도 닫히지 않고 계속 열려 있는 상태)’ 수술을 마칠 수 있었다.

“퇴원해서 집에 같이 있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요. 같이 있으면 웃기고 재밌어요. 둘이 마주 보고 뭐라 뭐라 하다가 깔깔대고 웃어요. 하루하루가 달라요. 제가 저희 엄마한테 맨날 그래요. 초미녀가 나왔다고. 이른둥이들 사실 보면 못생겼잖아요. 근데 제 눈에는 우리 지현이, 서현이가 초미녀에요.(웃음)”

채현아 씨는 아직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일상이 신기하기만 하다. 인터뷰 내내 엄마 품을 찾으며 옹알이를 하던 서현이와 혼자서도 씩씩하게 놀며 몸을 뒤집던 지현이. 그때 두 자매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며 웃었을까? 엄마는 다음 달 돌잔치를 앞둔 두 아이를 보며 “실을 잡았으면 좋겠다”라며, 지금처럼 건강하게만 자라주길 바란다.

※ 전지현 이른둥이의 어머님께서 본인과 아이의 얼굴 노출을 원하지 않으셔 제한된 사진만을 공개하였습니다.   

글 우민정 |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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