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키운 우리 아이, 시후는 강인한 아이입니다 – 정시후 이른둥이 이야기

모두가 키운 우리 아이

26주 하루 만에 700g의 초극소저체중아로 태어난 시후는 출생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삶을 장담하기 힘들었다. ‘어렵겠다’는 가혹한 예측을 무시로 들었던 것. 유산방지제를 쓰고 16주차엔 맥도널드 수술까지 받았으나 경과는 썩 좋지 않았다. 혜란 씨는 아이를 품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20주에 헐거워진 수술 부위를 다시 묶고 간신히 버티길 3주. 하지만 자궁경부가 완전히 열리는 바람에 입원이 불가피했다.

대구에 사는 혜란 씨가 부산 백병원에 입원한 건 친정 부모님께 첫째 딸 하온이를 맡기기 위해서였다. 이제 갓 네 살이 된 하온이에겐 보살핌의 손길이 절실했으나, 학원강사로 일하는 남편 창은 씨는 직장 특성상 이른 퇴근이 불가능했다. 혜란 씨나 창은 씨나 부산이 고향인 터라, 양가 부모님께 의지하려면 부산에 있는 병원에 입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병원에선 언제든 수술할 준비를 해야 했기에, 매 끼니 전 초음파를 보고 아기가 나올 기미가 보이지 않으면 그제야 밥을 먹었다. 그렇게 식간 금식을 지키며 버틴 지 3주차에 접어들 무렵. 새벽녘, 갑자기 찾아온 산기에 긴급히 수술이 진행됐고, 그렇게 시후가 태어났다. 바로 인큐베이터에 옮기느라 아기를 보진 못했으나, 혜란 씨는 희미하게 들리는 아기 울음소리로 시후를 느꼈다.

정시후 이른둥이와 부모님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미소짓고 있다.

정시후 이른둥이 가족

시후와의 첫 만남은 출산한지 5일 만에 이루어졌다. 제왕절개 후 4시간에 걸친 자궁수술까지, 엄마가 겪어낸 시련도 만만치 않았던 터라 초유를 먹여도 좋다고 허락받은 게 그즈음이었다.

“애기 아빠가 찍은 사진으로 빨간 핏덩이 같은 모습을 보긴 했는데, 직접 대면하니 못 보겠더라고요. 너무 작고, 그 작은 아기 몸에 온갖 줄이 잔뜩 꽂혀있고…. 큰애 때문에 저는 다시 대구 집으로 돌아가야 해서, 시후가 입원해있던 5개월 동안 부산까지 면회를 다녔어요.”

시후를 만날 수 있는 30분을 위해 보통 2~3일에 한번 꼴로 부산행을 감행했으나, 아기가 힘든 고비를 넘길 땐 매일같이 병원을 찾았다. 오전 11시 면회시간을 맞추자면 먼저 하온이를 8시 반까지 어린이집에 등원시켜야했다. 이른 아침, 잠이 덜 깬 아이에게 옷을 입히고 신발을 신기는 것도 딱했지만, 자칫 면회시간에 늦었다간 시후 얼굴도 못보고 돌아올 수 있어, 칭얼거리는 하온이를 어르며 종종걸음 쳤다. 기실, 도로공사로 차량이 정체되는 바람에, 고속버스와 택시를 달려 부산까지 가고도 시후를 5분 남짓 보고 온 적도 있다.

145일의 입원기간 동안 시후는 숱한 고비를 넘고 또 넘었다. 신생아호흡곤란증, 동맥관개존증, 미숙아망막증, 괴사성결장염 등이 그것. 약물치료와 비교적 간단한 시술로 수월하게 넘긴 경우도 있지만 생후 44일, 부산백병원에서 동아대병원으로 전원해 진행한 괴사성결장염 수술은 녹록치 않은 과정을 포함한 치료였다.

“수술은 잘됐지만, 장을 45cm나 잘라냈거든요. 아이들은 크면서 장도 같이 자란다지만, 자기 키를 훌쩍 넘어선 길이를 잘라냈으니 딱하죠. 시후는 우유도 거의 못 먹었어요. 장루를 내서 수유시간 따로 없이 24시간 일정량을 주사기로 수유했어요. 제가 멀리 있다 보니 아무래도 걱정이 많았어요. 병원에서 갑자기 호출할까 싶어, 잘 때도 항상 머리맡에 핸드폰을 두고 잤어요. 저는 면회만 갔다하면 우는데, 아기가 참 대단했어요. 기도삽관 오래 하면 목소리가 잘 안 나온다는데 울기도 잘 울고, 호흡기도 퇴원 전에 뗐거든요. 작게 나와 수술도 많이 하고 호흡기 치료도 오래 했지만, 퇴원 후엔 따로 먹는 약도 없어요. 눈, 귀 다 괜찮고, 장 수술에도 불구하고 토도 잘 안하고 응아도 괜찮아요. 장염에 걸린 적도 없고요. 하지만 저는 아직도 아기가 숨을 잘 쉬나, 자다가도 중간 중간 확인하곤 해요.”

정시후 이른둥이 부모님이 웃는 얼굴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웃의 사랑과 축복 속에 자라는 아이

“시후는 강인한 아이입니다.”

지난 시간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눈물바람이 되어버리는 아내를 다독이며 창은 씨가 한마디 거든다. 걱정 많은 혜란 씨가 한밤중에도 깨어나 시후의 호흡을 체크한다면, 창은 씨는 자다가도 시후 울음소리가 들리면 어느 틈엔가 일어나 아이를 안고 있단다. 잠귀가 밝은 편도 아니라는데, 알람소리는 못 들어도 아들 울음소리엔 기민하게 반응하는 아빠 귀다.

시후도 시후지만 부부에겐 하온이도 아픈 손가락이다. 동생이 생긴 것만으로도 첫 아이가 갖는 박탈감이 있을진대, 그 마음을 더 세심하게 살피지 못한 게 미안해서다. 엄마, 아빠의 이야기 속에만 존재할 뿐 실물을 본 적 없던 동생이 5개월 만에 나타났을 때, 하온이가 느낀 혼란도 만만치 않았으리라. 하지만 요즘은 동생 사랑이 넘쳐나는 누이, 혜란 씨에겐 든든한 육아 조력자이기도 하다.

“하온이 어린이집 하원 때 시후를 데리고 마중 나가는데, 어쩌다 저 혼자 가면 “시후는?” 하고 동생부터 찾아요. 제 장난감을 주며 “이거 가지고 놀아” 그러기도 하고, 시후가 혼자 젖병을 잡고 먹다가 놓쳐 울음을 터뜨리면 놀다가도 얼른 동생에게 달려가 우윳병을 꽂아줘요. 아직 저도 어린 데, 누이 노릇하는 게 귀엽고 대견하죠.”

따라잡기 성장으로 부지런히 자라나는 시후지만, 올해 2월엔 폐렴으로 동네 아동병원에 한 달간 입원하기도 했다. 이른둥이들은 입원시 전염 우려 때문에 다인실 입원을 피하는데, 대학병원의 경우 집에서 멀기도 하거니와 1인실 입원이 쉽지 않았다.

“작년 7월 13일, 생후 5개월 만에 퇴원한 이후 그해 11월에 폐렴으로 5일간 입원했었어요. 그리고 올해 2월, 설 지나자마자 또 폐렴으로 입원한 거죠. 열과 기침이 멎어도 엑스레이 상으론 염증이 심하다보니, 병원에서도 집에 가란 말을 못하더라고요. 폐렴에 걸리면 자칫 호흡곤란이 올수도 있거든요. 그래서 호흡기 장비를 갖춘 종합병원에 입원해야하는데, 다행히 시후는 수액 링거만 꽂아도 컨디션이 좋아졌어요.”

한 달 입원기간 동안 시후네 가족은 단칸방에 세든 듯, 시후 병실에 옹기종기 모여 살았다. 일단 엄마는 시후 옆에 붙어있어야 했고, 엄마가 병원에 있으려니 자연스레 하온이도 어린이집 하원 후 병원에서 지내야 했다. 밤늦게 일을 마친 아빠도 혼자 집으로 가기보단 가족이 있는 병원으로 퇴근했으니. 이러한 사정으로 온 식구가 시후 병실에 더부살이를 하게 된 것이다.

“하온이가 다니는 어린이집 친구 엄마들이 하온이를 병원까지 데려다주곤 했어요. 살면서 은혜 갚을 곳이 참 많아요. 같은 아파트에 사는 엄마들, 양가 부모님과 형제자매들, 친구들, 시후를 위해 기도해주는 교우분들까지… 시후는 우리 부부만이 아닌 이웃과 친지의 사랑과 지지 속에 자랐어요. 모두가 함께 키운 아이에요.”

정시후 이른둥이가 아빠 정창은 씨의 품안에 안겨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다.

사랑과 지지로 시후를 키운 그 ‘모두’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도 포함된다. 시후는 2017년 6월부터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치료비 지원사업을 통해 초기입원비부터 재입원비까지 지원받고 있다.

“대구에서 부산으로 면회를 다니다보니 한 달에 차비만 80만원이 들었어요. 보건소 지원금이 나와도 병원비가 워낙 많이 나오다보니, 감당이 안 되는 상황이었죠. 당시 병원에서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지원사업에 대해 알게 됐지만, 몇 달 동안 팜플렛만 가방에 넣고 다니며 망설였어요. 저희보다 더 어려운 가정에 돌아갈 지원 같아서요. 그러다 간호사 선생님이 병원의 의료사회복지사 선생님께 연결해줘서 상담을 받았는데, 조건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덕분에 숨통이 트였죠. 조금이라도 부담을 덜 수만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기대보다 더 큰 도움을 받았어요. 더욱이 초기입원비 뿐 아니라 재입원비까지 지원받을 수 있게 되어 너무 감사하고 요긴했죠. 한 달간의 입원비가 만만치 않았거든요.”

정시후 이른둥이의 백일사진과 발도장이 담겨있는 액자

작게 태어났지만 누구보다 큰 축복과 사랑을 받은 아이, 시후. 폐렴으로 한 달 간 입원해있던 동안에도 링거 줄을 꽂은 채 뒤집기, 고개 들기, 꼿꼿이 앉기 등을 어엿하게 완수해낸 시후다. 아이는 아프면서 큰다더니, 갑작스런 입원으로 재활치료 일정을 못 맞춰 노심초사하는 엄마를 달래듯, 시후는 쭉쭉 성장하고 있다.

시후라는 멋진 이름은 혜란 씨가 지었다. 조산이 불가피해 부산 병원에 입원해 있던 당시, 아기가 언제 나올지 몰라 이름을 빨리 짓고 싶었던 혜란 씨는 성경에서 ‘적절한 시기’란 뜻으로 쓰이는 단어 ‘시후’를 만났다. 아이가 때를 맞춰 나와 주길, 남보다 조금 일찍 태어나더라도 건강하게 살아남을 수 있는 시기에만 나와 주길 바랐던, 엄마의 간절한 기도를 담은 이름이다. 아빠가 몇 번이나 힘주어 강조하듯 ‘강인한 아이’ 시후는, 그 기도에 응답하듯 오늘도 부단히 쑥쑥 자라는 중이다. 생장점을 활짝 열어젖힌 초여름의 초목처럼.

 

글 고우정 | 사진 현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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