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불가능을 넘어서는 희망의 노래 – 이은성 이른둥이 이야기

미소짓고 있는 이은성(가명)이른둥이

이은성 이른둥이

“누나, 화남! 많이, 어흥!”

네 살 은성이가 장난감을 가로챈 동생 시헌이를 야단치는 귀여운 목소리. 2음절로 끊어 얘기하는 앙증맞은 말투에 엄마아빠는 감동으로 마음이 저민다.

사실 3년 전에 은성이는 이른둥이 쌍둥이로 태어났다. 500여 일을 인큐베이터에 머무르며 아이는 무수한 고비와 지난한 역경을 견뎠다. 그사이 쌍둥이 언니는 하늘나라로 떠나갔다. 누구도 은성이가 지금처럼 건강을 되찾아가리라 예상치 못했다. 엄마아빠는 그래서 은성이만 바라보면 눈동자에 행복이 맺힌다.

“아직 여러 가지 치료가 필요하지만 의사 선생님 모두 은성이가 기적처럼 회복되고 있대요.”

“요즘은 특히 말이 늘어서 ‘고맙십니다’ 같은 표현도 합니다. 너무나 예쁘죠(웃음).”

 

딸, 930g으로 수술받고 500여 일을 인내하다!

2010년 혼인을 서약한 이정웅 씨와 이진실 씨. 아기를 간절히 소원했던 그들은 인공수정을 거듭한 이래 3년 만에 쌍둥이를 임신했다. 그들은 기쁨과 감사를 고백하며 오롯이 사랑으로 태교에 집중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진실 씨는 배 속에 통증이 발생해 병원을 찾았다. 의사는 원인은 모르나 태반이 감염됐다 진단했다. 그녀는 다급히 치료받고 안정을 되찾는 듯했다. 하지만 이내 분만실로 들어간 그녀는 곧 쌍둥이 여아들을 출산했다. 27주 3일째였다.

“첫째는 950g, 은성이는 930g으로 출생했어요. 식도폐쇄증으로 이틀 만에 손바닥 크기의 아이들에게 개복수술을 시행했죠. 게다가 페이형성으로 기도삽관도 진행했는데요. 아이들이 호흡곤란으로 하루에도 수차례 고통스러워했어요. 아빠로서 제 심장이 찢어지는 것 같았죠.”

그렇게 백일이 흐르고 돌이 지났다. 아이들을 간병하기 위해 강사였던 아빠는 학원을 그만뒀고 교사였던 엄마는 학교를 휴직했다. 하지만 인큐베이터 속 아이들의 건강은 호전되지 않았다. 급기야 15개월 쯤 첫째는 폐동맥 고혈압으로 가냘픈 숨을 거두고 말았다. 은성이도 여러 모로 위태로웠지만, 위루관 수술을 포함해 가까스로 병마를 견뎌냈다. 이진실 씨는 그러한 딸아이가 무척 대견했다.

“은성이는 500여 일만에 인큐베이터에서 퇴원했어요. 최장기간이라며 기록이라 하더라고요. 그렇다고 안심할 정도로 회복되진 않았죠. 기도삽관한 상태로 다양한 치료가 요구됐어요. 더구나 은성이는 오른발이 경직되어 있는데요. 치료 중 쇼크 때문에 뇌출혈이 발생한 것 같아요. 은성이가 한결 건강해지면 전신마취를 통해 정밀검진을 받아보려 해요.”

은성이는 여전히 호흡이 힘겨웠고, 상대적으로 발달이 더뎠다. 엄마아빠는 그래서 은성이를 위한 최선의 정성을 쏟았다. 섭식치료, 언어치료, 물리치료, 작업치료, 음악치료 등 빠짐없는 치료로 은성이의 건강을 응원했다. 특히 ‘딸 바보’였던 아빠는 밤낮없이 병원에 동행하며, 은성이가 치료받는 과정을 함께했다.

“기특하게도 은성이가 치료를 열심히 따라줘서 기적처럼 회복되는 중이에요. 온전하진 않지만 그래도 지금은 섭식이 가능해지고 호흡도 좋아졌어요. 물론 치료 스케줄은 아직 밀려있죠. 월요일에는 재활치료를, 화요일에는 언어치료랑 감각치료를 받고요. 수요일에는 언어치료, 물리치료, 작업치료를 받아요. 목요일에는 음악치료를 통해 노래와 악기를 배우고요. 금요일에는 다시 물리치료에 몰입하죠.”

이은성(가명)이른둥이와 아버지

이은성 이른둥이와 아버지

엄마아빠, 1억여 원을 감당하고 젊음을 헌신하다!

은성이는 어제도 오늘도 물리치료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거기에 엄마아빠의 헌신이 그동안 켜켜이 쌓여 은성이는 매일 성장하고 있다. 사실 은성이의 키와 몸무게는 월령별 하위 1%로 생후 18개월 된 동생 시헌이보다도 작다. 하지만 은성이의 신체에 녹아있는 사랑과 수고는 상위 1%로 아빠는 지난날을 돌이키면 감격으로 가슴이 벅차다.

“처음으로 은성이가 앉았을 때 너무 기뻤어요. 곧 일어나고 걸으리란 확신이 들었거든요. 그래서 걸음마를 시작할 때 특히 행복했죠. 최근에는 표현이나 소통도 곧잘 하고, 병원에서도 발달이 빨라졌다고 칭찬 듣고 있어요.”

이정웅 씨의 입가에 미소가 머문다. 은성이의 성장과 더불어 그는 사람 좋은 특유의 웃음을 다시 짓곤 한다. 단, 아직도 병원비를 생각하면 답답하긴 하다. 지금까지 4억여 원의 치료비가 발생했다. 다수의 지원으로 80% 정도는 충당했지만 그래도 1억여 원을 감당해야 됐다. 이진실 씨는 아이가 아파서 슬픈데도 돈을 걱정하는 현실이 암담했다.

“경제활동에 전념할 수 없는 여건이라 힘겨웠죠. 그래서 다각도로 지원을 신청했는데요. 그중에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는 가장 어려웠던 시기에 도움을 받았어요. 여타 제도보다 지원층이 더 폭넓고 심사가 덜 까다로워 저희에게 선뜻 손길을 내미는 느낌이었어요. 그래서 아름다운재단에 빚진 마음을 품게 됐는데요. 경제적으로 안정돼나가면 아름다운재단에 이 부채감을 갚으려고 해요(미소).”

넌지시 나눔을 약속하는 뭉클한 모습. 훗날 이정웅 씨와 이진실 씨가 꿈꾸는 가정의 그림이기도 하다. 물론 그전에 은성이의 회복이 우선이다. 그래야 물심양면 여유도 생겨난다. 실상 은성이를 치료하기 위한 여정은 머나멀다. 섭식이 원활하지 않아 수술이 요구되고, 폐기능이 연약해 감기만 걸려도 위험하다. 특히 발달장애를 피하려면 다방면에서 재활치료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엄마아빠라서 그들은 결코 낙심하지 않는다. 지난날을 뒤돌아보니까 더욱 포기되지 않는다. 그간에 이정웅 씨와 이진실 씨는 기꺼이 헌신했고 은성이는 그예 불가능을 넘어섰다. 그러자 그들의 마음속에는 환하게 희망이 샘솟았다. 그렇다면 건승을 기대하며 내일을 걸어갈 수밖에. 그 길에서 이정웅 씨는 이른둥이 부모를 위한 소망의 메시지를 족적으로 남긴다.

“자신의 삶을 뒤로하고 희생으로 이른둥이를 보살피는 부모한텐 목이 메서 아무런 얘기도 전할 수가 없어요. 다만, 이른둥이는 존재하는 그대로 아름다우니까 지금처럼 많이많이 사랑해주시길 응원할 뿐입니다.”

글  노현덕 l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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