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60g, 820g으로 태어난 동우와 동균, 조금씩 천천히 위로하며 살기

 

닫힌 세상을 여는 ‘나눔’이라는 열쇠

860g, 820g으로 태어난 쌍둥이 동우, 동균
조금씩 천천히 위로하며 살기

 

 <헬렌 켈러>를 읽고 중복장애를 알게 됐다. 그녀는 생후 19개월에 성홍열과 뇌막염에 앓는 바람에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얻었다고 했다. 앤 설리번을 만나 언어를 배우고 세상과 소통하기 전까지 그녀는 자신만의 세계에서 살았다. 듣지 못하고 말하지 못하는 일곱 살 여자아이의 세계는 좀체 상상하기 어렵다. 그래서 헬렌 켈러가 ‘물(water)’을 인식하던 순간 희열을 느꼈을 것이다. 세상으로 난 문을 열어젖힌 그녀가 대단해 보였다. 그날 얻은 자유가 이후 학사학위를 받고 독일어를 비롯한 5개의 언어를 구사한 것보다 훨씬 더 중요하고 위대하게 느껴졌다. 봉인된 세계가 열리기까지의 고단함이 스며있는 희망의 순간! 동우&동균 쌍둥이를 바라보는 한현철 & 이은정 부부가 바라는 것이다.

“현재 동우 & 동균이 모두 미숙아망막증으로 시력을 잃은 상태고요. 뇌병변장애를 가지고 있고요. 누워있는 건 아니고 조금 이동할 수 있어요. 인지는 좀… 그러다 보니 아직 언어가 안 터져요. 원하는 거요? 조금이라도 자기표현을 하는 거예요.”

장난꾸러기 쌍둥이 형제 한동우, 동균 이른둥이 ⓒ 아름다운재단

이름도 생소한 중복장애

2004년 9월, 젊고 건강한 부부가 탄생했다. 스물다섯 살 신부와 서른 살 신랑의 신혼은 달콤했다. 이듬해 3월엔 임신도 했다. 인연이라 생각하니 기뻤다. 쌍둥이라니 신기하기까지 했다. 한꺼번에 낳고 얼른 길러 여유로운 중년을 맞이해야지 계획했다. 병원에서 괜찮다기에 직장은 계속 다녔다. 그러다 몸에 이상이 왔다. 25주가 갓 지났을 때, 동우&동균이를 낳았다.

“배도 나오다 말았을 때에요, 25주면. 그때 큰애가 860g 작은애가 820g이었어요. 쌍둥이는 조산을 한다고들 하지만 이건 빨라도 너무 빠른 거잖아요. 병원에서는 가망이 없을지 모른다면서 자연분만을 권하더라고요. 그게 참 속상한… 18분 차이로 쌍둥이를 낳았는데 신기한 게 그 조그마한, 아직 장기도 영글지 않은 첫째아이가 쩌렁쩌렁 울더라고요.”

죽을 수도 있었다. 의사가 자연분만을 권한 건 그래서였다. 한데 25주 만에 나온 동우 & 동균이는 지금 여덟 살 장난꾸러기로 성장했다. 물론 100일 동안 인큐베이터에서 지냈고 그간 병치레도 잦았다. 동균이는 태어나자마자 심장 동맥관 개존증으로 수술대에 올랐고, 퇴원할 즈음엔 쌍둥이 모두 미숙아망막증을 앓았다. 뇌병변도 피해가지 못했다. 시력만은 부여잡으려고 큰 병원에서 몇 차례씩 수술했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두 아이 모두 시각장애와 뇌병변장애를 안게 됐다. 하지만 여덟 살, 이동할 수도 있고 몇 번 반복해서 가르쳐주면 학습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살아서 한현철 & 이은정 부부와 함께 호흡한다.

“7년이 정말 허겁지겁 지나갔어요. 얼마나 정신없었는지 기억이 안 난다니까요. 지금은 대전맹학교 1학년이에요. 동우&동균이가 중복장애아라는 걸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힘들었죠, 힘들었는데… 좋아질 거라고 생각하며 욕심을 부리기도 했고요. 요즘엔 그래, 이것만으로도 진짜 감사하다고 중얼거려요.”

마음을 열지 않은 엄마의 시행착오

인큐베이터에서 지낸 100일 동안 이은정 씨는 매일 병원으로 출근했다. 토목일 하는 남편은 주말밖에 시간이 안 됐다. 그렇다고 쌍둥이만 놔둘 수는 없는 일. 산후조리는 먼 나라 이야기였다. 퇴원하고서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친정어머니가 잠깐 봐주긴 해도 모든 건 엄마 이은정 씨의 몫이었다. 병원에 갈 일은 왜 그렇게 많은지. 혼자서 두 아이를 업고 안고 병원과 집을 오갔다. 간병인을 쓸 형편도 아니고 누가 봐줄 사람도 없고 혼자서 쌍둥이를 돌보느라 진이 빠질 대로 빠졌다.

문제는 아이들이 어느 정도 기운을 차린 이후였다. 은정 씨는 이제 말만 터지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물리치료도 더 열심히 받으면 훨씬 나아질 거라 믿었다. 그래서 아침부터 저녁까지 시간을 쪼개가면서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새벽에 일어나서 애들 깨워서 아침 타임 치료 받고 어린이집 보내고 낮 병동에 다녀오고… 좋다는 사설치료를 쫓아다니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러다 탈이 났다. 동우가 음식을 거부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우가 갑자기 장염에 걸리면서 음식을 거부하더라고요. 1년 넘게 음식을 못 먹었어요, 튜브를 끼고 있었죠. 병원에선 정신적인 충격이 있었다던데 아마도 애들한테 좋은 거라면서 너무 고되게, 아이가 힘든지도 모르고 여기저기 다닌 게 문제였던 거 같아요. 퇴행이 온 거죠. 아, 그 순간 정말 좌절이었어요. 물론 내 잘못도 있었겠지만 정말 너무….”

자포자기 심정이 되어서 치료고 뭐고 다 내려놓고 보니 쌍둥이가 보였다. 네다섯 밖에 안 된 말도 못하고 보이지도 않는 꼬맹이들이 그제야 눈에 들었다. 아이들이 너무 힘들었다는 것도 그때 알았다. 말로는 “내 아이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속으론 ‘고칠 수 있어. 더 나아질 수 있다니까. 열심히 하면 돼’라고 우겼구나 싶었다.

조금씩 천천히 위로하며 살기

소리에 예민한 동우가 코에 끼었던 튜브를 빼고 치료를 받기 시작한 지 1년. 이제는 제법 말귀도 알아듣는다. 올해부터는 엄마 심부름도 곧잘 한다. 옆에 있는 애가 동생인지도 알고 예뻐하라고 하면 뽀뽀도 해준다. 한현철&이은정 부부에겐 이러한 변화가 기적처럼 느껴진다.

“을지병원 다닐 때 팸플릿을 봤는데 차상위 2종이고 언어치료도 안 할 때라 치료비를 지원받을 수가 없었어요. 그러다 동우가 낫고 대전 보람병원에서 상담을 받았어요. 언어치료를 받아야 겠더라고요.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재활치료비 지원도 그때 하게 됐어요.”

보람병원은 대기자가 너무 많아 복지관을 찾아가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치료비 걱정 없이 인지치료가 가능하다니 얼마나 든든했는지 모른다. 다만 기간이 정해져 있고 사설기관은 제외돼서 그에 꼭 맞는 치료자를 찾는 게 쉽지 않았을 뿐. 한현철&이은정 부부는 누군가 자신들을 대가없이 돕는다는 게 그저 놀라웠다.

“재활치료비 지원을 받으면서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일이 내게도 일어났구나, 그랬어요. 신기하고 고마운 일이죠. 게다가 우리 아이들이 <성우•재은이의 행복나무기금>이라는 가족기부자로부터 지원을 받았다니 의미가 남다르네요. 세상과 소통하는 인지-언어치료비라는 것도요.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외려 우리 부부에게 큰 위로가 됐어요.”

공부도 성공도 아닌 ‘나누는 삶’ 그리고 ‘함께하는 삶’을 꿈꾸는 기부자의 마음이 닿아서인가. 동우&동균이는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 치료를 받으며 희망의 씨앗을 발견하기도 했다. 누군가의 나눔은 그렇게 한현철&이은정 부부와 동우&동균이 삶의 에너지로 확장됐다. 헬렌 켈러가 물을 외치던 그 순간을 동우&동균이도 머지않아 가질 보리라 기대를 해본다.

 

* 한동우, 동균 이른둥이는 아름다운재단 <성우재은이의행복나무기금>을 통해 재활치료비를 지원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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