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선물, 생명이 머무르는 나라 – 우즈베키스탄 세쌍둥이 세브기, 인엄, 하엿 이른둥이 이야기

 

활짝 웃고 있는 하이드롭딜숏 씨

우즈베키스탄 세쌍둥이의 아버지 하이드롭딜숏 씨

 

실크로드의 전설을 간직한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 하이드롭딜숏 씨(36)는 고향인 타슈켄트에 거주하는 고려인을 마주하며 한국의 문화를 습득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한국에서 신학 공부를 위해 유학을 꿈꾸고 있었다. 당연히 아내인 카리머마롤라 씨(33)도 함께였다.

바야흐로 2012년 봄과 여름, 하이드롭딜숏 씨와 카리머마롤라 씨는 각각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대전에 터를 잡은 부부는 2년 넘게 열성으로 신학을 공부했다. 한국인과 교류가 친밀했던 하이드롭딜숏 씨는 그새 한국말이 자연스러워졌다. 바이올린을 전공한 카리머마롤라 씨는 한국인 제자도 생겼다. 다만, 부부는 내년이면 유학을 마치고 고향에서 새 여정을 출발할 계획을 세웠다. 그쯤, 부부에게 축복처럼 세쌍둥이가 찾아왔다.

 

사랑, 선물, 생명의 신비로운 탄생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세브기를 바라보고 있는 하이드롭딜숏 씨

인큐베이터 안의 세브기를 바라보고 있는 하이드롭딜숏 씨

 

초록이 무성할 무렵, 노을이 지던 시간에 카리머마롤라 씨의 양수가 밖으로 흘러내렸다. 아무래도 임신 8개월이라 위험했다. 더군다나 세쌍둥이. 하이드롭딜숏 씨는 아내를 데리고 병원으로 달렸다. 담당의는 조산을 예고했다. 그러나 대전의 병원에는 빈 인큐베이터가 없었다. 하이다롭딜숏 씨는 절박했다. 아내는 물론 세쌍둥이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엄습했다.

“엄청나게 다급한 상황이었어요. 아내의 양수는 이미 말랐거든요. 담당의 선생님이 겨우 천안단국대병원에서 세쌍둥이를 위한 인큐베이터를 찾아줬는데요. 아내는 구급차로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세쌍둥이를 출산했어요. 이미 세브기의 엉덩이가 나왔었다고 하더라고요.”

당시, 하이다롭딜숏 씨는 난생처음 그렇게나 마음을 졸였다. 다행히도 아내는 무사했다. 5월 30일 저녁 9시 30분. 첫째 딸 세브기도, 둘째 아들 인엄도, 셋째 아들 하엿도, 세쌍둥이는 채 2㎏이 못 됐지만 특별한 병증없이 세상에 태어났다. 부부는 먼저 감사를 기도했고, 이후 기쁨이 복받쳤다.

“세브기의 의미는 사랑이고요. 인엄의 의미는 선물이에요. 그리고 하엿의 의미는 생명인데요. 세브기는 엄마아빠를 반반 닮았고요. 인엄은 성격이 엄마랑 비슷해요. 또한, 하엿은 제 모습이 비치더라고요. 저마다 너무 예뻐요.”

하이다롭딜숏 씨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서 신생아집중치료실에서 세쌍둥이를 면회했다. 카리머마롤라 씨도 산후 조리 와중에 곧잘 동행했다. 아마도 세쌍둥이는 정성스러운 부모의 사랑을 감지했을 거다. 인엄은 24일 만에, 하엿도 그 이틀 후에 퇴원할 수 있었다. 다만 1.4㎏으로 태어나 상대적으로 가장 연약했던 세브기는 인큐베이터에 제법 머물러야 했다.

“세브기가 퇴원하려면 체중이 2㎏을 넘어야 하고요. 분유의 섭취량도 60㏄는 먹어야 한대요. 지난주에는 세브기가 소화를 못해서 고생했는데요. 너무 자그마한 했어요.”

 

우즈베키스탄이라는 국적과 대한민국이라는 고향

인큐베이터 안에 있는 세브기

세쌍둥이 중 첫째 세브기

 

하이드롭딜숏 씨는 세쌍둥이의 탄생 이래 한국에서 소통이 어려울 때도 있고 더러 부모님이 그립기도 했지만, 부부를 챙겨주는 한국의 이웃들이 가족처럼 느껴졌다. 특히 유학 중에 사정이 여의치 않았던 부부에게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는 무척이나 따뜻하게 다가왔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는 병원에서 사회사업팀장님의 설명을 듣고 신청하게 됐어요. 아무래도 세쌍둥이다 보니 병원비가 세 배로 들었는데요. 기적처럼 병원비를 도움을 받게 돼서 너무 행복하더라고요. 실제로 우즈베키스탄의 이른둥이 출생률도 한국과 유사하지만,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 같은 제도가 발달했는지 잘 모르겠어요.”

추가로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는 재입원의 경우에도 치료비를 지원하고 있으나, 인엄과 하엿은 재입원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엄마아빠의 품에서 건강하게 성장해가기를 바란다. 물론 최근에 하엿이 일주일간 변을 보지 못해 병원을 방문했었다. 하지만 담당의 선생님은 보통의 신생아에게 발생하는 증세라며 간단히 약만 처방했다. 그러고 말끔히 나았다.

“자녀가 아프면 부모도 아파요. 우리도 마찬가지지만 이른둥이 부모는 마음고생이 너무나 심하잖아요. 일전에는 어느 이른둥이 엄마가 쇼크로 쓰러지는 광경을 목격했어요. 부디 모든 이른둥이가 건강을 되찾고 대한민국에 필요한 어른으로 성장하길 진심으로 소망해요.”

사람 좋은 미소 짓고 한국의 이른둥이를 응원하는 하이드롭딜숏 씨. 세쌍둥이가 탄생하는 귀중한 경험을 통해 그는 우리나라를 제2의 모국으로 간주하는 듯하다. 아닌 게 아니라 그는 ‘탯줄을 끊은 그곳이 고향이다’라는 우즈베키스탄의 속담을 언급했다. 바로 세브기, 인엄, 하엿의 고향이 한국이라는 의미였다. 그래서인지 그는 세쌍둥이에게 고향인 한국과 국적인 우즈베키스탄을 잇는 역할을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불현듯 1년 전의 하이드롭딜숏 씨와 카리머마롤라 씨의 모습이 떠오른다. 부부는 우즈베키스탄으로 귀국을 예정했다. 하지만 오매불망 기다렸던 자녀가 한국에서 태어났다. 그것도 세쌍둥이가. 그로써 그들의 삶의 항로는 현재 미정인 상태에 머물러 있다. 다만, 확신하건대 한국이든, 우즈베키스탄이든, 제3국이든 앞으로 부부는 사랑, 선물, 생명이 함께라면 항상 행복으로 살아갈 것이다.

 

글 노현덕 | 사진 임다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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