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지 말고 일어나 노래를 불러라-한이정이른둥이 이야기

활짝 웃음 짓고 있는 한이정이른둥이

활짝 웃음 짓고 있는 한이정이른둥이

 

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는 아이

여섯 살 이정이는 ‘흥부자’다. 웃음도 많고 장난도 좋아하고 노래는 또 얼마나 잘 부르는지. 가장 좋아하는 노래를 묻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단박에 외친다. “개구리 왕눈이!” 내가 아는 그 노래가 맞나 갸우뚱할 즈음, 추억 속의 멜로디가 흐른다. “개구리 소년, 빰빠밤~ 개구리 소년, 빰빠밤~ 네가 울면 무지개 연못에 비가 온단다~”

2016년의 어린이에게 듣게 될 노래가 ‘뽀로로’도 ‘터닝메카드’도 아닌 ‘개구리 왕눈이’ 주제가일 줄이야. 옛 만화의 어떤 부분이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어른들은 알지 못한다. 다만, 이정이가 낭랑하게 부르는 만화 주제가 속 ‘비바람 몰아쳐도 이겨내고 일곱 번 넘어져도 일어나라’라는 대목에 이를 즈음 뭉클할 따름이다.

이정이는 뇌병변장애 1급 판정을 받았다. 상․하체의 전체적인 강직으로 혼자 이동하기가 어려우며, 두 손으로 잡아주면 설 수 있지만 혼자서는 발을 떼지 못한다. 앉아있을 때도 보호자가 몸에서 손을 떼면 중심을 잡지 못하고 무너지기 일쑤다. 활동범위가 좁다 보니, 조금 떨어져 있는 장난감을 갖고 놀고 싶어도 도와줄 사람이 없으면 물끄러미 보고만 있다.

“제가 늘 옆에 있다지만 뭘 하다보면 ‘엄마-’ 소리를 놓칠 때가 있잖아요. 몇 번 부르다가 제가 못 들으면 간식이건 장난감이건 필요로 하던 걸 포기하더라고요. 그게 너무 안타까워요. 중심을 잡고 제 힘으로 앉고, 기어서라도 혼자 이동할 수만 있다면 좋겠어요.”

임신 34주차에 1.5kg 이른둥이로 태어난 이정이는 출생 후 뇌초음파 검사에서 백질연화증을 진단받았다. 처음에 효숙 씨는 아이에게 꾸준한 재활치료가 필요할거라는 의사의 말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완치될 수 있다는 말로 이해했다. 그래서 세 번이나 묻고 또 물었다. 언제쯤이면 완치가 되냐고. 그제야 의사는 한번 손상된 뇌세포는 회복이 되지 않는다고, 마라톤처럼 생각하고 가야한다고 말했다.

“병원에 갈 때마다 울었어요. 진료실 앞에서 기다리면서도 울고, 우느라고 간호사가 호명하는 아이 이름을 듣지 못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일 년쯤 지나자 마음에도 굳은살이 배기는지, 눈물이 멎더라고요.”

신생아중환자실에서 한 달을 지내고 간신히 몸무게 2kg을 넘겨 퇴원한 이정이는 잠도 잘 자고, 더디지만 목도 가누기 시작했다. 그런데 기기를 시작할 쯤 오른쪽 편마비 증상이 나타났다. 엉덩이를 올리고 네발기기를 해야 할 시점인데, 도무지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았다. 5개월 차엔 내사시 증상이 도드라졌다. 안과를 다니며 꾸준히 패치와 안경으로 치료를 진행해왔고 경과가 좋아 올 봄엔 중심을 잡아주는 안과 수술을 할 예정이다. 엄마는 수술이라 하여 지레 겁먹지 않는다. 수술을 해서 나아진다면야  감사할 일이라 여길 만큼 담대해졌다.

 

엄마와 함께여서 즐거운 한이정이른둥이

엄마와 함께여서 즐거운 한이정이른둥이

 

낙담할 시간을 아껴 재활치료에 집중하길

매일같이 집에서 한 시간 거리의 SRC재활병원 낮병동을 다니기 시작한지도 한 달 남짓 됐다. 집에서 좀 멀긴 하지만 시설이 좋고 중심을 잘 잡아준다는 입소문에, 대기를 걸어놓고 6개월을 기다려 얻은 집중치료 기회다. 11시부터 5시까지 물리․작업․기구․언어 치료를 진행 중인데, 승마나 자전거 같은 기구치료는 이정이도 흥미로워한다.

낮병동 입원 전 9시부터 10시까지는 유치원에 다닌다. 인지능력을 끌어올리려면 또래집단과 어울려야 하기 때문. 친구들과 노는 게 좋은지 유치원에 갈 때 가장 표정이 밝은 이정이다. 엄마가 오롯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것도 이 때 뿐이라, 효숙 씨에게도 참으로 쏠쏠한 한 시간이다.

“오늘 아침, 이정이 컨디션이 안 좋았어요. 화장실이 급하다더니, 들어가선 나오려고 하질 않는 거예요. 병원에 가기 싫어 꾀를 부린 거죠. 20여 분 저와 실랑이를 하다가 결국, 운동하기 싫다며 울더라고요. 저는 1분이라도 더 재활치료를 받게 하고픈데… 제 딴엔 얼마나 힘들면 그랬겠어요.”

효숙 씨는 이정이가 보다 어릴 때 집중치료를 하지 못한 게 아쉽기만 하다. 재활치료는 5개월부터 시작했지만 오전에만 치료를 받았다. 다니던 병원도 멀었고, 워낙 대기자가 밀려 치료 횟수도 적었으며 오후엔 효숙 씨도 아이를 어린이집에 맡기고 직장에 나가야 했다. 임신 중 불거졌던 경제난에 생각지도 못한 병원비 부담까지 겹쳐 가장 힘들었던 시기가 그즈음이었다.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를 알게 된 건 지난 해, 의정부 보람요양병원 낮병동을 다니면서부터다. 게시판에 붙은 이른둥이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에 대한 공지를 보고 복지사를 찾아가 안내를 받고 신청서를 접수했다. 지원대상자로 선정되어 1차 지원을 받고, 효숙 씨는 다소 한 숨을 돌릴 수 있었다. 해주고 싶은 건 많은데, 언제나 경제적인 문제가 걸림돌이었던 터. 치료비에 대한 실질적인 지원도 고마웠지만, 이른둥이 가정에 대한 따뜻한 관심에 힘이 났다.

“항상 아쉬움으로 남는 게 초기 대응이에요. 지금 생각 같아선 울고 있었던 시간도 아까워요. 이정이보다 작게 태어났지만 건강하게 잘 크고 있는 이른둥이도 많고, 일찍 재활치료를 시작한 아이들일수록 예후가 좋더라고요. 조금이라도 아이가 어릴 때 집중적으로 재활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재활병원마다 대기도 걸어놓고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해요. 병원에서 초반에 재활치료의 방향을 제시해주었다면 좋았을 텐데, 저는 정보에도 어두웠고 주위에 도움을 구할 생각도 못했어요. 낮병동 다니며 만난 엄마들에게 좋은 정보를 많이 얻어요. 가장 빠르고 유용한 정보들이죠. 바람이 하나 있다면 치료 대기시간에 요가나 체조 같은, 보호자들을 위한 건강 프로그램이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들을 잘 보살피려면 엄마들도 건강해야 하잖아요.”

효숙 씨는 ‘엄마는 아파도 아프면 안 된다’고 말갛게 웃으며 엄마들끼리 주고받는다는 농담을 전했다. 한 존재에게 세상 전부와 다름없는 이들만이 공유할 수 있는 서슬 퍼런 책임감에 대한 다짐이었다.

 

글 고우정 ㅣ 사진 조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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