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으로 이른둥이는 삶을 꽃피우고-손보란 이른둥이 이야기

“부모는 자식에게 모든 걸 주고도 더 주고 싶은 마음이잖아요. 그런데 이른둥이가 인큐베이터에 있으면 부모는 아무것도 손쓸 수가 없어요. 그런 만큼 이른둥이를 믿어줘야 돼요. 가급적 조바심을 가다듬고, 되도록 의료진을 신뢰하면 기적이 일어나기도 하거든요.”

이른둥이 가정을 위해 당부하는 손창환 씨(34)와 홍은숙 씨(34) 부부. 이른둥이 딸, 보란이(4)를 양육하던 지난날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보란이는 아직도 호흡기관이 유약한데다 이제껏 재활치료와 언어치료를 지속하지만, 겹겹이 둘러싸인 고비를 뚫고서 초록빛 새싹처럼 삶을 싹틔웠다.

 

손보란 이른둥이와 부모님이 함께 웃고있다.

손보란 이른둥이 가족

 

고비마다 관통하는 경이로운 생명력

신록이 무성한 초여름의 새벽녘, 느닷없이 하혈을 했다. 임신 23주째. 그동안 태중의 보란이는 건강했기에 홍은숙 씨는 그다지 염려하진 않았다. 하지만 동트고 방문한 병원에서는 자궁경부무력증을 진단했다. 아무래도 조산이 불가피했다. 아직은 때가 이른 시기, 보란이는 그해620g으로 태어났다. 뇌출혈, 기관지폐이형성증, 신생아호흡곤란증, 미숙아망막증 등 여러 가지 병세는 치명적이었다.

“처음에는 사흘이 고비래요. 가망성이 거의 없다더라고요. 그저 지켜볼 수밖에 없었죠. 천만다행으로 사흘은 넘겼어요. 그런데 또 일주일이 고비래요. 그 사이 체중이 520g으로 줄었더라고요.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몰라요. 겨우겨우 보란이가 일주일도 버티나 싶더니 그제야 10g쯤 살이 붙기 시작하더라고요. 하지만 한 달쯤 또 고비래요. 너무 무서웠어요.”

아슬아슬 사선을 줄타기하던 보란이는 매번 경이로운 생명력을 발휘했다. 어쩌면 하루도 빠짐없이, 밤낮 상관없이 보란이를 면회하는 엄마의 정성과 사랑에 보답하려 했을지도 모른다. 비로소 보란이는 143일 만에 퇴원할 수 있었다.

“산소호흡기를 의지한 채였지만, 보란이가 퇴원한다는 소식에 정말이지 행복했어요. 부랴부랴 아기용품을 구입했어요. 옷도 세탁하고, 젖병도 소독하고…… 일단 비용은 생각하지 않고, 그냥 무엇이든 최고급으로 장만했어요.”

홍은숙 씨에게 품속의 보란이는 꿈만 같은 감동이었다. 물론 아직은 재입원의 우려가 적잖았다. 실제로 보란이는 보름이고, 한 달이고 감기, 폐렴, 모세기관지염으로 재입원하기 일쑤였다. 지난 겨울에도 병원에서 살다시피 했다. 그래서 아빠는 보란이의 숨소리만 거칠어도 걱정스럽다.

“언젠가 보란이가 울음을 터뜨리더라고요. 소리가 예사롭지 않아서 달려갔죠. 그런데 보란이가 숨을 꺽꺽거리는 거예요. 입술은 새까맣고, 눈은 뒤집어지고, 몸은 뻣뻣하게 굳어서요. 다급히 보란이 등도 두드리고 입에다 바람도 불었더니 그제야 조금 나아지더라고요. 아직도 그때를 떠올리면 가슴이 철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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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아빠의 믿음에 화답하는 삶의 여정

호흡기관이 연약한 보란이는 재활치료와 언어치료 역시 시급했다. 아무래도 <다솜이작은숨결살리기>의 재활치료비 지원이 보탬이 돼서 감사했다. 전반적으로 발달이 지연되고, 청력의 저하가 두드러졌다. 따라서 보란이는 100일부터 산소호흡기를 쓰고 재활치료와 언어치료를 병행할 수밖에 없었다. 매일 9시부터 3시까지 재활치료, 이후의 일정은 언어치료에 집중했다.

“보란이가 신체적인 발달이 뒤처져서 많이 속상했죠. 왼편의 뇌출혈 때문에 오른편 신체활동이 불편할지도 모른다는 진단을 받았어요. 게다가 청력은 거의 상실됐다는 검사결과도 들었고요. 아무래도 청각으로 인지를 못하면 지적성장에 지장이 초래돼서 걱정이 앞섰죠.”

엄마와 아빠도, 의료진도 보란이가 못내 염려스러웠다. 하지만 보란이는 다시 한 번 예상을 뒤엎고 경이로운 생명력을 드러냈다. 바로,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일단 뒤집기를 시작하면 곧 배밀이, 앉기, 서기로 발전하기 때문에 아빠는 무척 기뻤다. 그뿐 아니다. 보란이는 옹알이를 중얼거렸다. 당연히 보청기에 의존했지만 엄마는 보란이가 대견했다.

“아직은 곧잘 넘어지고, 점프나 달리기가 안 되지만 신체적인 기능이 꽤 향상됐어요. 청력도 60㏈ 정도로 정상 범주는 아니지만 보청기 없이도 소리에 반응하더라고요. 그래서인지 보란이를 향한 기대감이 끊임없지만, 무엇보다 보란이가 건강하면 좋겠어요. 지난날 손, 발, 머리 온통 주삿바늘로 가득했던 보란이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거든요.”

아픈 보란이의 모습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엄마의 마음. 사실 엄마의 그 고통은 아무도 모른다. 보란이가 사경을 헤맬 때마다 홍은숙 씨는 괜히 자신 때문인 것 같아 우울감과 죄책감에도 휩싸이기도 했다. 그래서 손창환 씨는 이른둥이 엄마를 위한 치유프로그램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른둥이 부모의 아픔은 자녀의 성장과 함께 아물지 모른다. 보란이가 건강하게 자라나는 동안 홍은숙 씨의 눈물자리는 웃음소리로 승화하리라. 그 같은 보란이의 앞날을 희망하는 손창환 씨의 목소리가 오롯이 귓가에 맴돈다.

 

손보란 이른둥이나 태블릿 화면을 보고 있다.

손보란 이른둥이

 

“보란아, 다음에 호흡기 회복되면 날씨 좋은 봄날 엄마아빠 손잡고 꼭 소풍 가자. 부디 이제는 아프지 마. 그저 슬플 때 울어주고 기쁠 때 웃으면서 행복하게 자라주렴.”

 

글 노현덕 ㅣ 사진조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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