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둥이 재활치료, 모두의 응원이 필요해요!

이른둥이 재활치료, 모두의 응원이 필요해요!

-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류현지 의료사회복지사와 사회사업팀장 루치오사 수녀님

정면을 보며 웃고 있는 류현지의료사회복지사와 사회사업팀장님이신 루치오사 수녀님입니다.

정면을 보며 웃고 있는 류현지의료사회복지사와 사회사업팀장님이신 루치오사 수녀님

세상의 빛을 조금 일찍 마주한 이른둥이 아이들은 인큐베이터에서 평균 100일 동안 집중치료를 받는다.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들면 병원 문을 나서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만, 그중 적지 않은 숫자가 길고 긴 싸움을 시작한다. 바로 재활치료다.

퇴원 후의 이른둥이 아이들은 면역력이 약하고 신체 기관이 미성숙하기 때문에 크고 작은 질환에 시달리는 경우가 많다. 폐렴, 모세기관지염, 신생아호흡곤란증후군 등 폐와 호흡기 관련 질환이 대표적이다. 대부분은 치료 이후 정상으로 돌아오지만, 심각한 경우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기도 한다. 이로 인해 정기적인 검진과 재활치료 등을 위해 매주 수차례 병원을 찾는다.

문제는 병원비다. 인지치료나 언어치료, 운동치료 등 이른둥이 아이들에게 꼭 필요한 재활치료는 한 번에 많은 비용이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짧게는 2~3년, 길게는 평생 동안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실제로 최근 대한신생아학회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른둥이 10명 중 1명꼴로 퇴원 이후 2년간 외래 진료비로만 천만 원 이상 지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류현지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의료사회복지사의 존재는 여기서 빛을 발한다. 끝을 알 수 없는 막막한 싸움을 시작한 이른둥이 부모들에게 아름다운재단의 이른둥이 재활치료비 지원사업을 연결해주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아이 손을 잡고 병원 여기저기를 동분서주하느라 고단해진 부모의 마음을 달래는 역할도 그녀의 몫이다. 2015년 하반기에만 5명의 이른둥이 부모들이 그녀 덕분에 새로운 희망을 붙잡았다.

 

류현지의료사회복지사가 이른둥이의 재활치료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있습니다.

류현지 의료사회복지사가 이른둥이의 재활치료에 대한 생각을 말하고 있다.

 

이른둥이 아이들에게 재활치료는 선택 아닌 필수

“이른둥이 아이들은 치료 후에도 뇌성마비나 발달장애를 평생 가지고 가는 경우가 많아요. 상태에 따라 치료 내용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성장기 내내 치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경제적인 부담이 클 수밖에 없어요. 입원치료비의 경우 보건소에서도 지원을 해주지만 재활치료비는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거든요. 아름다운재단에 늘 감사하는 이유죠. 일 년간 150만 원 지원이 부모님들 입장에선 정말 큰 도움이 되니까요. 지원 대상에 선정돼서 안정적으로 치료받는 아이들이 늘어갈 때마다 정말 큰 보람을 느껴요.”

류현지 의료사회복지사는 2013년부터 이른둥이 지원사업을 도맡고 있다. 경력은 길지 않지만 이른둥이 아이들에게 필요한 도움을 연결해주는 자신의 일에 자부심이 높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한계를 많이 느낀다. 그간 숱한 상담을 거쳤음에도 이른둥이 부모들의 속마음을 헤아리기엔 역부족일 때가 많아서다. 최근 지원 대상에 선정된 윤수 엄마도 그중 한 명이다.

“20대 후반 정도의 귀화 중국인이었는데 지나치다 싶을 만큼 자신감 넘치는 태도를 보이시는 거예요. 경제사정에 대해서도 속 시원히 말씀하지 않고요. 처음에는 정말 지원이 필요한 사례인가 의심이 들었죠. 그런데 몇 번 대화를 나누고 나니 알겠더라고요.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무시당하고 싶지 않은 자존심 때문이었다는 걸요. 그때 이후로 한 가지 깨달은 게 있어요. 이른둥이 부모님들의 속마음을 더 깊이 있게 들여다보는 것도 저의 역할 중 하나라는 거예요. 저의 편견 때문에 정말 도움이 필요한 분들에게 지원이 연결되지 않으면 큰일이니까요.”

 

샌드위치 형제들 위한 돌보미 파견제도 도입되길

재활치료는 단번에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다. 류현지 의료사회복지사는 상담 때마다 “재활치료의 성과는 계단식으로 나타나므로 너무 큰 기대를 해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하지만 부모들의 입장은 다르다. 아이의 호전 여부에 따라 부모의 마음은 갈지자를 걷는다. 좋아지는 게 보이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상태가 나빠지면 금세 지쳐버리고 만다.

“재활치료는 지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대개 특정 병원에서 장기간 치료를 받아요.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것처럼 아침에 와서 오후까지 치료를 받는 거죠. 그 시간동안 엄마들은 병원 근처에서 치료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는데, 먼저 저희 쪽에 연락을 주시거나 병원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경우가 있어요. 그때마다 곧 나아질 거라고 위로의 말을 건네지만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아서 죄송할 때가 많아요.”

이른둥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라면 예외 없이 힘든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건강한 다른 자녀를 함께 키우는 부모의 고충은 말로 다 못한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다지만, 어쩔 수 없이 아픈 아이에게 더 마음이 쏠리다 보니 다른 자녀들에게 소홀해지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흔히 샌드위치라고 하죠. 아픈 형이나 언니, 아니면 동생에게 치여 제대로 돌봄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정말 많아요. 상담을 진행할 때도 이른둥이는 엄마가 안고 다른 아이는 제 무릎에 앉힌 채 이야기를 나누는 경우가 부지기수에요. 이 아이가 성장했을 때를 상상하면 정말 안타깝죠. 정확하게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정서적으로 불안한 상태가 지속될 가능성이 훨씬 높거든요. 그래서 말인데, 아름다운재단에서 이른둥이 가정에 돌보미를 파견해주는 제도를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이른둥이를 대신 돌봐주고 그 시간 동안 엄마와 다른 자녀가 온전히 시간을 보내는 거죠. 엄마의 죄책감도 덜어주고, 아이들의 정서 발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루치오사 수녀님이 류현지의료사회복지사의 말을 듣고 있다.

루치오사 수녀님과 류현지 의료사회복지사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지원 범위가 확대되길

성빈센트병원은 지난 2004년 아름다운재단과 첫 인연을 맺었다. 자선활동의 일환으로 미혼모 상담과 치료 지원을 해오다가 처음으로 이른둥이 아이가 태어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이른둥이 지원을 맡았던 사회사업팀장 루치오사 수녀님은 지금도 그때 일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다.

“엄마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어요.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 됐기 때문에 입양을 보내기로 하고 출산을 했는데 이른둥이로 태어난 거예요. 당시만 해도 정부 지원이 없던 터라 천문학적인 치료비를 병원이 모두 감당하기 어려웠어요. 그때 처음 아름다운재단을 알게 됐죠. 다행히도 재단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도움을 주셔서 아이가 건강을 되찾을 수 있었어요. 한 생명을 살리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애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수없이 감사의 기도를 드렸답니다. 지금 생각해도 기적이라고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 같아요.”

그때 이후로 지금까지 아름다운재단을 통해 치료비 지원을 받은 이른둥이 아이들은 40명 남짓이다. 초기에는 입원치료비 지원이 대다수였지만, 정부에서도 지원을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재활치료비 지원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자연히 상담도 장기간 재활치료가 필요한 아이들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래서일까. 이른둥이 부모 상담을 전담하고 있는 류현지 의료사회복지사는 요즘 생각이 많아졌다. 병원에서 부담하긴 어렵지만 가족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들이 떠올라 자꾸만 그녀를 괴롭히는 것이다.

“치료비 지원도 물론 필요하지만, 보다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지원 범위가 더욱 확대되면 좋겠어요. 이른둥이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 사회의 역할이니까요.”

 

 글 권지희 |사진 조재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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