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름은 장건희입니다

내 이름은 장건희입니다.

 

 


엄마의 뱃속에서 꿈꾼 지 6개월
540g의 몸무게로 이 사막에 나왔죠.
사막의 이름은, 고비.
사막을 건너는 데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고 합니다.
절망 아니면 희망.

 

인큐베이터 밖에서
엄마는 참 오랜 시간을 기다렸습니다.
그리고 4개월 만에 엄마를 안았습니다.
이 감격을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사막은 이제 시작입니다.
내가 사용한 산소의 무게가 궁금해
어제는 한전 직원이 다녀갔습니다.
아빠는 왜 그리 술을 마셨을까요?
숨쉬기가 벅차고, 눈 돌리기가 힘든데
그래도 나는 고집피우지 않고
떼쓰지 않으며
울지 않습니다.
나는 착하니까요.

 

주사는 정말 끔찍한 것.
손 등을 훑고 간
수많은 바늘 자국들이 보이나요?
하지만 엄마 가슴에도
바늘 자국이 총총히 나있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습니다.
그나마 내 손등엔 굳은살이 잡혔지만,
엄마는 아직도 내 손을 잡고
아프다, 아프다고만 하네요.
우리에게 또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면
바쁘다는 것입니다.
엄마에겐 종교가 없고 내게는
아직 돌사진이 없습니다.
우리 모두 아프고 또
너무나 바쁜 걸요.

 

 

덜 무른 근육을 움직이는 건 참 힘이 듭니다.
내가 한 번씩 힘을 쓸 때마다
엄마의 얼굴에도 힘이 들어갑니다.
산다는 게 지겹고 고통스럽지 않느냐고요?
아니요, 천만에요.
산다는 건 참 멋진 일이라고 들었는걸요.
나는 이 빛나는 선물을 받고도
아직까지 포장지도 채 뜯지 못했네요.
손 좀 빌려 주실래요,
포장을 벗기는 걸 좀 도와주세요.
포장을 끌러,
내가 받은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좀 볼 수 있도록.

 

 

뱃속으로 고무물관이 지나갑니다.
모터의 건전지가 다 닳기 전에
어서 커야 할 텐데
엄마는 눈을 감고 노래를 부릅니다.
꿈을 꾸나 봅니다.
“학교종이 땡땡땡 어서 모이자.
선생님이 건희를 기다리신다.”

엄마의 숱 많은 머리카락 속에는
새장이 걸려 있고, 새장 속에는
깃털로 엮인 책이 있고
구름으로 쓰인 상형문자들은
너무 가벼워 나는
배꼽이 나오도록 웃습니다.
당신에게도 엄마가 있는 것처럼
내게도 엄마가 있습니다.
신이 내게 준 가장 큰 선물, 엄마.
사막을 건너는 단 하나의 방법이 있습니다.
당신과 내가 손을 잡는 것.
엄마라고 처음 불렀을 때,
이미 새로운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이제 곧 더 많은 사람들의 이름을 부를 날이 오겠죠.
나의 이름은 장건희입니다.

 

 
건희는 2008년 10월 17일에 태어났습니다.

결혼 10년이 넘도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중한 아이였습니다.


기다림만큼 불안감도 컸기에 병원에서 권하는 검사는 하나도 빼놓지 않고 받았습니다.


하지만 양수검사 후 일주일 만에 갑작스럽게 진통이 왔고,


양수가 터지면서 건희는 예정일보다 4개월이나 일찍 태어났습니다.


당시 몸무게는 540g. 인큐베이터에서 보낸 시간만 총 7개월인데 머리에 물이 차서


몸에 고무 물관을 달아야 했습니다. 또 무릎 염증으로 수술까지 받아야 했고요.

그때 몸무게가 겨우 3~4kg. 폐가 약해서 집에서는 6개월 동안 산소통에 의지해야만 했습니다.


산소통 사용으로 전기세가 너무 많이 나와,


한전 직원이 찾아오기도 하는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산소통만 빼면 너무행복할 것 같았는데,


얼마 전 눈에 염증이 생겨 한바탕 난리를 쳐야 했습니다.


지금 건희는 시력보정을 위해 콘텍트 렌즈를 끼고 있습니다.


하지만 엄마는 힘있게 웃어 보입니다. 왜냐하면 희망은 단련되는 것이니까요.

얼굴에 엄마와 똑 닮은 점이 있는 건희.


지금은 보행기에 앉아 아빠를 부르기도합니다.


아직 발로 구를 힘은 안 되지만 엄마도 할머니도 그날이 멀지 않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지금 건희의 몸무게는 8kg정도. 많이 먹지 못하는 건희를 보며 엄마는 애가 타지만


좀처럼 웃음이 가시질 않습니다. 엄마는 말합니다.


"건희에게 바라는 거요? 그렇게 바라던 아이가 지금 내 품에 안겨


있잖아요. 나중에 크면 우리 건희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그때까지 착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 그거면 돼요."

* 글 | 송기영 
** 사진 | 김흥구

이 내용은 2010년 이른둥이 수기집 <가족>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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